HJ중공업 유증, 급등한 주가에 FI 참여 무산…최대주주 블록딜 '불가피'
입력 2025.09.18 07:00
    FI 프로젝트펀드 무산…결국 최대주주 단독 배정
    주가 석달 새 5배…할인 매력 사라져 LP 모집 좌초
    SPC 현금창출력 한계…구주 블록딜 가능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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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J중공업이 2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당초 LX프라이빗에쿼티(PE)와 유암코가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가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LP 모집에 난항을 겪으면서 외부 재무적투자자(FI) 참여가 무산됐다. 결국 최대주주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전량을 인수하는 구조로 귀결됐다.

      이번 유증은 총 702만8394주, 발행가 2만8456원으로 진행되며 납입일은 10월 1일, 상장일은 10월 28일이다. 발행 신주는 전량 1년간 보호예수된다. 배정 대상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2021년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HJ중공업을 인수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로, NH PE와 오퍼스 PE도 각각 50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다만 두 기관은 최근 지분 전량을 매각해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신주 인수대금 조달 방안이다. SPC 특성상 자체 현금 창출력이 없고, 주요 출자자인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역시 단기간에 2000억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실제 증권신고서에도 신주 인수대금 조달 방안으로 "보유 구주 매각, 차입 등을 고려한다"고 명시됐다. 업계에서는 차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결국 구주 블록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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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16일 장마감 후 HJ중공업 지분 300만주가 대량매매로 거래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유증 납입을 앞둔 최대주주 측 블록딜 물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이 규모로는 자금 납입이 아직 어려운 수준이라, 물량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FI 참여가 무산된 데는 최근 HJ중공업 주가 급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 초 6950원까지 밀렸던 주가는 조선·방산 업황 기대감 속에 이달 10일 3만4350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3개월 만에 약 5배 가까이 주가가 오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발행가 자체가 높아져 FI들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매력이 사라졌고, 결과적으로 LP 모집이 좌초됐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 LX PE와 유암코가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LP를 모집할 당시에는 조선업 훈풍과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에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컸었다"라며 "다만 최근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할인 매력이 사라졌고, 결국 FI 참여가 최종 무산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유증으로 구주 블록딜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신주를 받기 위해 보유 구주를 매각하는 구조가 언뜻 보기에는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SPC가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드물게 활용되는 방식"이라며 "다만 대규모 물량 출회가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