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해체에 '경찰 출신 로펌' 수혜...대형 로펌들은 '자문' 차별화
입력 2025.09.19 07:00
    로펌 업계 지형 변화 촉발...기획 수사 약화할 듯
    경찰대 및 경찰 출신에 대한 '러브콜' 지속
    대형 로펌은 형사 송무 타격 불가피...자문 강화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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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검찰청이 창설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재명 정부가 확정한 첫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검찰의 기소 기능은 공소청,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관된다. 정부안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이번 개편은 법조계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일선 검사들의 사직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조직력과 기획 수사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는 곧 로펌 업계의 지형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왔다. 이번 검찰청 해체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앤장은 경찰대 출신 및 경찰 경력 변호사를 약 50명 보유하고 있으며, 광장·태평양·율촌은 20명대, 세종·화우·YK는 10명대 수준이다. 경찰 출신 변호사들의 ‘러브콜’은 지속되고 있고, 부티크 로펌 창립도 늘어나면서 ‘경찰대 출신 로펌’이라는 새로운 시장 세그먼트까지 형성되는 분위기다.

      중수청의 수사 체계가 안정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형사 사건 분야는 경찰 출신 로펌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형 로펌들은 형사 송무 부문에서의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발 기획 수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송무 수임 감소는 불가피하다. 그나마 올해 정도가 송무에서 매출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대형 로펌은 송무 대신 기업 자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시행 등으로 기업들의 법률 리스크 관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회 등 사정기관 대응을 포함한 토탈 자문 서비스는 대형 로펌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 분야다.

      M&A와 같은 기업 거래 자문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ESG 규제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기업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고도화된 자문 역량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형사 사건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자문 역량이 곧 수익성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자문 비중 확대는 곧 대형 로펌의 리더십 구도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국내 주요 로펌 대표 상당수는 이미 M&A, 금융, 조세 등 자문 업무에서 성과를 쌓은 인물들이다. 

      광장 김상곤 대표는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 LG화학의 현대석유화학 인수, 삼성·한화 방산 및 석유화학 빅딜을 자문한 국내 대표적인 M&A 변호사다. 태평양 이준기 대표는 M&A 및 경영권 분쟁 전문가로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등 굵직한 거래를 수행하는 등 김상곤 대표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율촌 강석훈 대표는 조세 분야 권위자로 서울지방국세청 국세심사위원, 기재부 예규심사위원 등 다수의 공공 자문을 했다. 화우 이명수 대표는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금융 전문성을 앞세워 화우의 성장을 견인했다. 최근에는 금융을 기반으로 M&A 자문 등으로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종의 오종한 대표는 30년 이상 증권·금융 및 상사거래 분야에서 굵직한 송무와 자문을 병행했다.

      이처럼 이미 대형 로펌의 리더십은 자문 분야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검찰청 해체 이후 자문 비중이 커지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최근 대형 로펌 내부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대표 임기 등 리더십 운영도 향후 업계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자문 분야에서 특출난 성과가 난 대표들의 경우 최근 정년연장 분위기 속에서 임기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