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재무 전략 따라 정리한 자산들…유동성 확보로 '윈윈'
에코플랜트·SK E&S 매각 진행 중인 건 향후 성과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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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비핵심으로 정리한 사업부들이 사모펀드(PEF) 등 새 주인 손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솔믹스가 인수 2년도 채 안 돼 재매각되며 높은 수익률을 안긴 데 이어, PI첨단소재·SK피아이씨글로벌·피유코어 등도 실적 개선과 회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룹 차원의 ESG 경영 기조와 재무·사업 재편 전략에 따라 정리된 사업들이 투자자들에게는 높은 성과를 안기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SKC에서 매각된 세라믹 부품사 솔믹스(구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가 불과 1년 반 만에 재매각됐다. 한앤컴퍼니는 2023년 말 SKC로부터 약 3300억원에 솔믹스를 인수한 뒤, 이달 TKG태광에 5400억원에 되팔았다. 단순 수익 배율로 1.6배에 이르며, 업계 평균 IRR(연 10~15%)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익률 기록이 관측된다.
PI첨단소재 역시 SK가 지분을 정리한 뒤 새 주인 손에서 ‘잭팟’으로 이어졌다. 2020년 SKC와 코오롱이 보유 지분(54.07%)을 6070억원 규모로 글랜우드PE에 매각한 뒤, 3년 만인 지난해 프랑스 화학기업 아케마(Arkema)에 약 1조원에 재매각됐다. PI첨단소재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8년 50대50으로 합작 설립한 SKC코오롱PI가 전신이다.
해당 거래로 투자자들은 연 20% 안팎의 내부수익률(IRR)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출발한 고부가가치 폴리이미드(PI) 필름 사업이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 품으로 넘어가면서 밸류에이션이 크게 뛰었다는 평가다.
폴리에스터 필름과 화학사업을 담당했던 SKC미래소재(현 SK마이크로웍스) 도 매각 후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SKC는 2022년 필름 사업부를 분할해 세운 SKC미래소재와 자회사 SKC하이테크앤마케팅(현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의 지분 100%를 1조6000억원에 한앤컴퍼니 컨소시엄에 넘겼다. 인수 이후 원가구조 효율화와 설비투자 확대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면서 ‘턴어라운드’가 이뤄졌다. 향후 기업공개(IPO)나 2차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SKC에서 2021년 글랜우드PE로 매각된 피유코어(폴리우레탄 사업부) 역시 잠재력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유럽 법인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수요 확대를 겨냥해 올해 실적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아직 엑시트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수요 변화에 맞춰 사업 기반을 강화하면서 ‘차기 대박 후보’로 꼽히고 있다.
SK넥실리스의 박막사업부도 향후 엑시트 성과가 주목된다. 지난 4월 어펄마캐피탈이 950억원에 인수를 완료했다. 어펄마캐피탈은 올해 도레이첨단소재의 FCCL(연성동박적층판) 사업부를 약 12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볼트온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향후 IPO나 재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SI(전략적 투자자) 손으로 넘어간 현대바이오랜드(구 SK바이오랜드)도 새 주인 품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KC가 2020년 현대백화점 그룹에 약 1200억원에 매각한 뒤, 현대백화점은 화장품 원료·바이오 소재 사업을 그룹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3.6%, 21.5% 늘어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그룹 차원에서는 매각이 불가피했지만, 이후 성장세를 보이는 경우가 나타나면서 딜을 주도했던 당사자 입장에서는 다소 묘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룹 차원의 ESG 경영 기조와 재무적 필요성 때문에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평이다. 사업 재편(리밸런싱)에 발맞춰 탄소 배출이 크거나 평판 리스크가 있는 사업들을 매각해왔다.
폴리우레탄 사업부(피유코어), 합성 화학 기반의 PI첨단소재, 일부 필름 및 화학 부문들은 ESG 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는 전통 화학 계열에 속한다. SKC의 경우 반도체 소재와 친환경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이 부분에 집중했다. 캐시플로우는 안정적이어도 그룹 비전과 거리가 있는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해왔다.
우량 자산을 과감히 매물로 내놓은 결정은 결과적으로 적기에 유동성 확보로 이어졌다. 재무적 부담을 덜고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건들도 추후 투자자들에게 높은 성과를 안겨줄지 주목된다.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 SK오션플랜트 지분(약 37%)을 디오션자산운용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환경 자회사 3곳(리뉴원·리뉴어스·리뉴충북에너지)도 KKR에 약 1조7800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SK E&S와 SK이노베이션은 나래·여주·파주에너지서비스 등 LNG 밸류체인 자회사들을 묶어 유동화를 진행하고 있다. SK E&S는 GS에너지와 공동 보유한 보령LNG터미널 지분도 매각을 추진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SK가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내는 사업들을 매각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 사업이 PEF를 거쳐 재매각 성과를 내는 사례가 이어지며 SK 입장에서는 복잡한 심경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