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자산 32배 확대한 카카오뱅크, 시장리스크 산출 시작…RWA 부담 확대
입력 2025.09.19 07:00
    카카오뱅크, 2분기부터 시장리스크 RWA 신규 반영
    인터넷은행 중 처음…자산운용 '수익률 제고' 필요성 커져
    트레이딩 포지션 1년새 32배 증가…CET1비율 46bp 하락
    자산운용 RWA 부담 커질듯…"시스템 마련 우선"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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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뱅크가 공격적인 유가증권 투자에 나서면서 지난 2분기부터 시장리스크에 대한 자기자본 규제를 적용받기 시작했다. 일반 시중은행들은 이미 적용받던 규제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처음이다. 

      최근 대출 규제로 자금운용 부문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률 제고를 위한 자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카카오뱅크의 위험가중자산(RWA)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2분기부터 '시장리스크기준 자기자본보유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까지는 시장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지 않았지만, 2분기부터는 시장리스크에 따른 자기자본 요구액을 계산해 이를 위험가중자산에 반영하고 있다.

      6월말 기준 카카오뱅크 위험가중자산에 포함된 시장위험가중자산은 5109억900만원으로, 이는 지난해까지는 반영되지 않았다. 27조원에 달하는 전체 위험가중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CET1비율을 46bp(1bp=0.01%포인트) 낮추고 있다.

      시장리스크 자본을 산출하게 된 것은 카카오뱅크가 투자금융 부문에서 보다 공격적인 자금운용에 나선 영향이다. 은행들은 은행계정과 트레이딩 계정으로 분류해 투자자금을 운용한다.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은행계정을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해 왔지만, 최근에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트레이딩 계정의 자산을 확대하면서 공격적인 자금운용에 나서고 있다.

      트레이딩 계정은 말그대로 사고팔 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산을 담는 계정이다. 은행계정에 만기까지 보유하는 대출·채권 등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을 담는다면, 트레이딩 계정은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손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자산을 담는다. 이때문에 국제 기준상 시장리스크에 따른 자본 요구액을 먼저 산출하고, 이를 위험가중자산(RWA)으로 환산해 반영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트레이딩 포지션은 지난 6월 말 5088억원으로 전년 동기(159억원) 대비 약 32배 증가했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0.03%에서 0.71%로 크게 늘었다. 투자금융 관련 이익도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134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810억원으로 32.3% 늘어났다.

      은행업감독업무세칙에 따르면 일별 트레이딩 포지션 1000억원이거나 총자산 대비 일별 트레이딩 포지션의 합계액 비율이 5% 이상인 금융기관은 시장리스크기준 자기자본보유제도를 적용받아야 한다. 현재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카카오뱅크만이 표준방법에 따라 시장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트레이딩 부문이 없고, 토스뱅크는 규모가 작아 간편법만 적용 중이다.

      카카오뱅크가 자금운용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있다. 2분기 말 기준 예대율은 70.3%로 시중은행(약 90~100%) 대비 낮아, 상대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자금이 많은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국공채·MMF 등 초저위험 자산 중심으로 운용했지만, 최근에는 '노는 돈'을 보다 고수익 자산에 배분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자금운용을 꾸준히 강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차선책'으로 제시한 개인사업자대출 또한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인하기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까지 이어지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타행 대비 탄탄한 저원가성예금이 장점인 만큼 투자금융 부문에서 이익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가 트레이딩 포지션을 늘리고 있고, 지난 2분기부터 시장리스크 자기자본 규제에 따른 RWA 산출분이 반영되면서 전년 대비 유가증권 투자에 대한 RWA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24.33%인 만큼 여력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CET1비율이 은행권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규모가 작은 만큼 현재로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통해 건전성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금리인하를 전제로 많은 자산을 운용하고 있어, 금리가 예상과 달리 움직일 경우 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손실은 직접적으로 시장리스크 RWA를 늘리지는 않지만, 자본 감소를 통해 CET1 비율 등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대비 자금운용 조직 규모가 크지 않고 시스템이 비교적 정교하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중은행 자금부서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딜러 인원도 많고 부서장이나 다른 협의체 등을 통해서 자금운용 결정에 대한 크로스체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데, 인터넷은행들은 규모가 작다"라며 "자금운용 부문에서 크로스체크 절차가 없으면 통제 장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트레이딩 포지션을 확대하기 전에 관련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