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매수세 불투명…투자자 피해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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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가가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뒤 19일 장중 하한가 가까이 급락했다. 공개매수 가격이나 주식교환 가격이 2000~4000원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1만 원을 웃도는 현 주가 상승은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납득하기 힘든 주가 수준이 결국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시 30분 현재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8% 하락한 94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지난 10일 8%대 급등을 시작으로 11일부터 1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날 하락폭 역시 상승세만큼 가파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코오롱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공개매수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도 주가가 급변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코오롱은 최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공개매수에서 보통주 90%, 우선주 70% 이상을 확보하며 주식 매수 절차를 완료했다. 향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나머지 지분을 확보한 후 내년 1월 상장폐지를 진행할 계획이다.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11월 11일 주주총회일부터 12월 1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적정 가격은 이미 명확히 정해진 상태다.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공개매수 가격은 각각 4000원, 5950원이었으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이보다도 낮은 2830원, 4600원으로 책정됐다.
투자자들이 이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주식을 매수해 회사에 되팔 경우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현재처럼 1만원을 상회하는 가격에서 매수할 경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현재 주가 수준을 비정상적인 과열 상태로 분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모회사인 코오롱이 완전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 남은 소수 지분에 대해 높은 가치를 인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이 종료되고 매매거래가 중지되면, 이틀 후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식은 자동으로 코오롱 주식으로 일괄 교환된다. 코오롱이 완전자회사화를 달성하기 위해 남은 주식을 비싸게 사줄거란 기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주식 교환가액도 이미 확정된 상태다. 코오롱 보통주 1주는 4만8149원,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보통주 1주는 2945원으로 평가돼 코오롱 1주당 코오롱모빌리티그룹 0.0611643주 비율로 교환된다. 회사가 자발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유인은 없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이른바 ‘폭탄돌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통 주식이 크게 줄어든 탓에 적은 자금으로도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를 떠받칠 추가 매수세는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고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진입한 투자자에게 주식을 떠넘기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한계로 인해 매도 압력이 나타날 경우, 투자자들이 손실 최소화를 위해 앞다퉈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주가 하락폭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가는 오전 중 하락폭이 20%까지 확대되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매매거래는 오는 12월 15일부터 정지될 예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급등세가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아 증권가에서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이 매수세에 편승했다가 손실을 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