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세 번째 IPO 도전, 변수는 '시장 환경' 리스크...이번엔 '운' 따를까
입력 2025.09.22 07:00
    FI 계약 시한, 내년 7월까지 상장 마무리해야
    공모 물량 축소 시도에도 구주 매출 비중 여전 우려
    유일한 피어 카카오뱅크 주가가 밸류 가늠자
    카뱅 주가·시장 타이밍이 IPO 성패 가를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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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케이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케이뱅크는 이번 상장 완주를 위해 공모 규모를 줄이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주 매출 비중이 유의미하게 낮아지지 않는다면 흥행 부담은 남아 있다는 평가다. 

      결국 상장 시점에 케이뱅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지, 유통시장(증시)가 활황세를 보일지가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이는 예측이 어려운만큼, 케이뱅크의 세 번째 도전의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내달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이번 상장은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주관한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이번 상장을 '사실상 마지막 도전'으로 보고 있다. FI(재무적 투자자)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2021년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베인앤캐피탈, MBK파트너스, MG 새마을금고 등 여러 FI를 유치했고, 2026년 7월이라는 상장 시한과 연 8% 이상이라는 내부수익률(IRR) 등을 담은 적격상장요건(Q-IPO) 조항을 포함했다. 이에 케이뱅크는 이번 상장으로 기업가치 4조원 이상을 인정받아야 한다. 

      케이뱅크와 주관사단은 상장 성공을 위해 공모 물량 축소 방안을 모색 중이며, 예심청구를 앞두고 FI들과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지난번 상장 철회 당시에도 지나치게 많은 공모 물량이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두 번째 상장 도전 당시 케이뱅크는 신주모집 50%, 구주매출 50%로 총 820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었다.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기준 총공모액은 9840억원, 시가총액은 5조3000억원에 달해 당시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공모 물량 축소가 상장 완주의 핵심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FI 엑시트' 성격이 짙은 딜인 만큼 구주 물량을 줄이기 어렵고, 전체 공모 물량을 줄이면 오히려 구주 매출 비중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IB 관계자는 "FI 회수 물량을 감안하면 케이뱅크가 구주 매출 비중을 줄이긴 어렵다"며 "공모 물량을 줄여도 구주 비중은 그대로여서, 결과적으로 구주 매출 비중이 늘어나 공모 구조 부담이 해소됐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시장은 결국 '타이밍'을 최대 변수로 꼽는다. 현재 공모주 시장은 유가증권시장 내 대형 신규 상장이 드물어, 수급 측면에서 케이뱅크 상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하반기 대어로 꼽혔던 대한조선은 지난달 1일 코스피 입성 첫날 공모가 5만원 대비 84.8% 오른 9만2400원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다만 연내 중복상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케이뱅크가 다시 공모에 나설 내년 상반기엔 대기업 계열사 등 '대어'들이 돌아올 거란 기대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만약 대어 등장으로 공모주 투자 수요가 분산된다면 케이뱅크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제4인터넷은행 인가가 나지 않은 것은 호재로 꼽힌다. 인터넷은행의 주 사업영역이 사실상 '개인 소매금융'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새 경쟁자가 공격적으로 영업을 진행하면 케이뱅크에 악재가 될 거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주요 경쟁사인 토스뱅크의 경우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미국 상장이 최우선 과제라 동일업종간 상장 경쟁도 피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뱅크 주가 흐름도 변수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의 사실상 유일한 국내 비교기업(피어그룹)이다. 지난해 10월 케이뱅크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카카오뱅크, SBI스미신넷뱅크, 뱅코프 등 3곳을 피어로 선정했다. 당시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2배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주가가 크게 치솟으며 케이뱅크 몸값 상승 기대감을 키웠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말 기준 PBR은 2.15배까지 오르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6월 새 정부 출범 기대감과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 소식이 겹치며 주가가 3만7000원까지 치솟았지만, 7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고점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다. 현재 증권가가 전망하는 카카오뱅크의 올해 말 예상 PBR은 1.72배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실적도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순이익은 8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은행업 특성상 업사이드가 크지 않은 만큼, 지난번 상장 시도 때와 비교해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FI들의 완고한 태도를 고려할 때 케이뱅크가 유의미한 공모 변화를 주기는 어려워보인다"라며 "결국 케이뱅크가 상장 완주에 성공하려면 카카오뱅크 주가와 상장 당시 시장 상황, 즉 타이밍이라는 외부 변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