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상생금융 등 정책성 비용 겹치며 은행주 상승폭 제한 '대비'
"거래대금 증가·증시 랠리 힘입은 증권주, 실적·주가 모멘텀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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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460선을 돌파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촉발한 하루 만의 반등으로 지수가 최고치를 다시 쓴 것이다. 상승세를 주도한 건 반도체였다.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금융주 중에선 증권주가 은행주를 제치고 주도 업종으로 부상했다. 증시 활황에 따른 거래대금 확대, 양도세 대주주 기준 50억원 유지 등 정책 기대감이 겹치면서 업황 전반에 레버리지 효과가 작동한 것이다.
반면 은행주는 금리 인하 국면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와 이재명 정부의 '상생금융' 등 정책성 비용 부담이 겹치며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지수는 전날 1520.80으로 마감해 이달 초 대비 17.8% 상승했다. 같은 기간 KRX 은행지수는 7.5% 오르는 데 그쳤다.
개별 종목 주가도 같은 흐름이다. 키움증권은 이달 1일 20만500원에서 18일 27만7000원으로 38.2% 급등했다. 한국금융지주(+22.6%), 미래에셋증권(+20.0%)도 2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차증권(+15.6%), 한화투자증권(+14.5%), 교보증권(+11.9%) 등 중소형사와 삼성증권(+10.9%), NH투자증권(+8.8%) 등 대형사 가릴 것 없이 오름세가 확산됐다.
이에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증권(+17.8%),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증권(+17.6%) 등 증권 테마 ETF도 수익률 상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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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식시장 친화적 기조 역시 증권주에 힘을 보탠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매입·소각 의무화, 벤처투자 활성화 등이 외국인 순매수를 자극하고 있다"며 "증권주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약 7조원을 순매수했다. 달러 약세까지 이어지며 국내 증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이어 윤 연구원은 국내 일평균 거래대금이 올해 30조원, 2026년 37조원, 2027년 43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고객예탁금도 74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2021년 5월(77조9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거래대금이 늘수록 증권사 실적 민감도가 커지는 만큼, 지수 상승에 동반한 추가 수익 기대가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리테일 경쟁력 강화 요인도 긍정적이다. 현재 키움·삼성·메리츠·하나·신한투자증권 등 5개사가 발행어음 사업을, 한국투자·미래에셋증권은 IMA(종합투자계좌)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NH투자증권도 이달 중 IMA을 신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최선호주로 꼽는다.
반면 은행주는 분위기가 다르다. 금리 인하에 따른 NIM 축소는 불가피한 데다, 가계대출·부동산PF 등은 규제로 자산 성장 여력이 제한될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도 부담이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자산(RWA) 상향으로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확보된 자금은 저신용자 대출 등 공공 영역으로 유도되기 때문이다. 기존 수익원 축소와 정책성 자금 공급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배드뱅크'에 이어 '서민금융안정기금' 신설을 논의 중이다. 부실채권 인수나 저신용자 대출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은행권 입장에서는 사실상 수익과 무관한 비용으로 인식된다.
또 정부가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LH에 직접 시행 권한을 부여하면서 대규모 채권 발행 가능성도 커졌다. 물량을 떠안을 주요 수요처가 연기금·공제회와 시중 금융지주일 가능성이 크고,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구조라 수익성도 낮다.
이 같은 정책성 부담에 업계에서는 "정권 기조에 맞춘 은행지주에 대한 사회적 기여 요구가 과도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실제 주가 흐름도 이를 반영한다.
코스피가 신고가 랠리를 이어간 이달 들어 하나금융(+11.4%)을 제외하면 KB금융(+9.6%), 신한지주(+7.8%), 우리금융(+6.5%) 등 은행주는 모두 한 자릿수 상승률에 그쳤다.
이미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카드를 대부분 지난해 소진한 상황에서 추가 모멘텀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증권사 한 금융 연구원은 "증권주는 거래대금 확대와 자본시장 활황, 정부의 우호적 정책이 맞물리면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며 "앞으로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주는 금리 인하에 따른 NIM 축소와 생산적 금융 전환으로 인한 정책 리스크까지 겹쳐 현실적으로 주가 반등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