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천석유화학, 영구채 스텝업 다가오자 공모채 조달 시동
입력 2025.09.22 15:17
    2·3년물로 최대 2000억원 공모채 조달
    채무상환용 자금…차입구조 장기물로 전환
    순손실 이어지는데 영구채 이자만 2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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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인천석유화학이 연초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당장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없지만, 내년부터 신종자본증권(영구채) 금리 재설정 시점이 도래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수년째 이어지는 당기순손실에 더해 금융비용이 불어나면서 SK인천석유화학의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인천석유화학(A+)은 2·3년물로 총 1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조달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인 트랜치(만기물)별 조달액은 아직 논의 중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한도를 열어뒀다.

      공모 희망 금리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50~+5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오는 10월 14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10월 21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이번 발행은 채무상환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만기도래 회사채는 없지만, 기업어음(CP) 등 단기물 발행에 의존해 온 차입구조를 장기물로 전환하려는 성격이 짙다. 실제로 22일 기준 SK인천석유화학의 CP 잔존 물량은 총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우호적인 석유화학 업황 속 기관투자자 투심을 고려해 주관사단도 대형화했다.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삼성증권 등 6곳의 증권사가 주관 업무를 맡았다.

      문제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영구채 부담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SK에너지에서 사업부를 분할해 설립됐다. 지난 2013년 분할 출범 당시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8000억원의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중국발 파라자일렌(PX) 공급이 늘어나면서 영업환경이 빠르게 악화됐다. 결국 상장을 미루고 RCPS를 현금으로 갚아야 했다. 이를 위해 2019년 처음으로 6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후 2023년 10월과 2024년 3월 각각 1400억원, 4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새로 찍었다. 발행 당시 금리는 각각 7.3%, 6.5%였는데, 내년부터 3년이 경과해 금리 재설정일(리픽싱)에 들어간다. 

      통상 발행 3년 후에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적용돼 금리가 최소 1.5%포인트(p) 높아진다. 올해의 경우 6월 말까지 200억원가량을 신종자본증권 이자로 냈는데,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도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회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14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318.5%에 달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부정적 업황 속에서 A+ 등급이 얼마나 방어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라며 “결국 모회사(SK이노베이션) 차원의 지원 가능성을 이유로 시장에서 A급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