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진통 의식한 듯, 김민석 대표 지분 2년 의무보유 확약
업계 "코스피 랠리로 시장은 우호적…업황 조정기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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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핑크퐁컴퍼니가 예상보다 높은 공모가로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다만 '아기상어'로 대표되는 지적재산권(IP)의 영향력이 아직 적지 않아 상당수 기관들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조 단위 대어(大魚)가 사라진 IPO 시장에 명인제약과 더불어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더핑크퐁컴퍼니는 2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공모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번 공모는 신주 200만주 발행 구조로, 공모가 밴드는 3만2000~3만8000원(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 4592억~5453억원)이다. 수요예측은 다음달 28일부터 11월3일, 일반청약은 11월6~7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공동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핵심은 공모가 가치산정(밸류에이션)이다. 회사와 주관사는 유사기업(피어그룹) 비교를 통한 상대가치 평가에서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을 택했다. 피어그룹 중 국내회사는 '티니핑'으로 유명한 SAMG엔터를 선정했고, 해외회사로 일본 카도카와, 산리오, 도에이애니메이션 3곳을 골랐다. 모두 일본 내에서도 캐릭터 IP를 활용한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2개월분(LTM)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56억원에 19.87배의 배수(멀티플)를 적용하고, 순차입금·비지배지분·공모자금 유입 등을 반영해 주당 평가가액을 4만4864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15.3~28.67% 할인해 공모 밴드를 산출했다.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EV/EBITDA를 선택한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업 재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중단영업손실 등으로 순이익 지표 왜곡이 있던 점이 꼽힌다. 콘텐츠 산업 특성상 상각비와 환율 변동에도 민감해 순이익 지표만으로는 기업 체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PER은 단순하고 보편적이지만 특정 기간 순이익에 좌우돼 변동성이 크다"며 "EV/EBITDA는 회계 처리나 세무 요인에 덜 민감해 글로벌 피어 비교와 성장기 기업 평가에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시장 평가는 "멀티플이 싼편은 아니지만 합리적"이라는 쪽으로 모인다. 멀티플 20배 안팎은 글로벌 캐릭터·콘텐츠 기업 대비 저렴하진 않지만, 국내 동종 사례와 비교하면 과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피어그룹인 SAMG엔터는 최근 PER 16~2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실적은 2023년 부진을 지나 개선세가 확인됐다. 지난해 매출은 974억원, 영업이익은 188억원. 올해 상반기는 매출 452억원, 영업이익 8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은 75% 전후, 콘텐츠 매출 비중도 55%대에서 올 상반기 67%까지 확대됐다.
상장 심사는 '기간은 길었지만 무난했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한 것은 지난 5월 말이지만 승인 통보는 이달 19일에야 나왔다.
통상 45영업일 내 마무리되는 심사가 4개월 가까이 걸린 배경에는 경영권 매각설이 있었다. 실제로 예심 청구 이후 회사가 외부 매각 제안을 다시 검토했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거래소가 경영 안정성을 면밀히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회사는 최대주주인 김민석 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36.8%)에 대해 상장 후 2년간의 의무보유 확약을 내놨다. 규정상 6개월보다 긴 기간을 자발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김 대표 외 주주들이 의무보유기간 만료 후 지분을 매도할 경우 대표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조항까지 넣으며 경영권 방어 장치도 마련했다. IPO 과정에서 불거진 매각설에 선제 대응해 상장 적격성 논란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모자금 사용 계획도 에쿼티 스토리 기대감을 보강한다. 회사는 운영자금 외에도 신규 IP 개발, 프리미엄 애니메이션 제작, 글로벌 체험형 콘텐츠(LBE) 사업 확장 등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단순히 매출 확대가 아니라 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투자자 설득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다만 사업 리스크도 존재한다. 글로벌 플랫폼 과점화에 따른 협상력 약화, 라이선스·MD 부문의 파트너·재고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콘텐츠 중심 체질로 변동성을 완화하고 있으며, 해외 매출 비중이 70% 중후반을 유지하는 구조라 국내 출산율 둔화의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멀티플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IP 파이프라인 강화와 글로벌 확장 전략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만큼 기관들의 관심은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우호적인 IPO 환경과 달리 업종 모멘텀이 약한 점은 변수로, 이 지점이 밴드 상단 확정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