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7 발표에 임대주택 시장 '패닉'…모건스탠리 등 해외자본 발뺄까
입력 2025.09.24 07:00
    李정부, 민간 임대주택 투자 규제 강화
    금융권 LTV 0% 적용으로 레버리지 차단
    이미 자금 집행한 글로벌 PEF들은 혼선
    LH 중심 시장 재편에 부동산 업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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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9월 7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하 9·7대책)이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들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 'LTV 0%'로 불리는 초강력 대출 제한이 포함되자, 임대주택 투자자들은 사실상 레버리지를 활용한 구조 설계가 불가능해졌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9·7대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 강화와 공적 주도 공급 확대다. 금융당국은 규제지역의 LTV 상한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매매·임대 목적으로 취득하는 사업자에 대한 주담대(LTV)를 사실상 0%로 제한했다. 정부는 또한 2030년까지 대규모 수도권 착공 계획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을 확대할 예정이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해외 자본이 대거 진입해 있던 임대주택 투자시장이다. 모건스탠리, M&G리얼에스테이트, KKR, 하인즈, ICG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임대 레지던스를 매입하며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새 정책 기조가 기존 투자 가정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1위 임대주택 운영사 그레이스타도 최근 마곡에 사무소를 열고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으나, 9·7대책 발표 이후 본사 보고를 두고 고심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모건스탠리, M&G 등은 이미 임대주택 투자를 위해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자금을 집행해 둔 상황이라, 이번 정책이 사업 계획 전반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사업자들의 체감은 한층 냉혹하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민간의 수익 추구를 억제하고, 임대주택을 사실상 공공재로 관리하려는 기조가 강화됐다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숨은 의도는 민간 사업자의 사익 편취를 최대한 억제하고, 임대료 상승 압력을 정부 주도 구조로 막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LH가 중심이 돼 임대주택 공급을 주도하겠지만, 해외 투자자 수준의 자본력과 운영 역량은 따라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해외 사모펀드들의 중간회수 전략은 사실상 막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간 사모펀드들은 일정 기간 임대주택을 보유한 뒤 매각하거나 리츠 편입, 혹은 기관 간 세컨더리 거래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상정해 왔다. 다만 LTV 제한으로 잠재 매수자들이 차입을 활용한 인수가 어려워지면서, 실제 거래가 성사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도 쉽지 않다.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임대주택 자산을 인수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해석이다. 

      앞선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이 국민을 상대로 월세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컨더리 시장 참여가 어렵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간에 수익을 실현하기 힘들어진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미 자금을 집행한 펀드들이다. 모건스탠리, M&G, ICG 등은 한국 임대주택 투자를 목적으로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해 수천억원을 집행해왔다. 규제 강화로 인해 펀드 매니저들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전략을 설명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한 운용사 임원은 "이미 들어온 돈은 어떻게든 운영해야 하지만, 당장 회수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국면"이라며 "당분간은 장기 투자 기조로 선회할 수밖에 없고, 정권이 바뀌어 정책이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번 대책의 파장은 신규 투자 시장에도 미치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임대주택 개발을 추진하던 복수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들이 자금 조달 문제로 일시 보류되거나 착공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감지된다. 해외 투자자들은 본국 투자위원회에 한국 시장의 변화된 상황을 보고하고 있으며, 대부분 신규 집행을 보류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책 방향이 근본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사실상 정부 주도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선 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민간 사업자들의 이익 추구를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신호"라며 "이미 들어온 해외 자본이 빠지면, 결국 자기자본 비중이 높은 국내 몇몇 플레이어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