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다다른 보험업계 자본성증권 돌려막기…내년 유상증자 줄 잇나
입력 2025.09.24 07:00
    IBK연금·iM라이프 등 콜옵션 도래
    상환 여력 없어 유상증자 가능성 커
    대형사는 '내부모형' 논의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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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킥스(K-ICS)제도 도입 전 발행한 자본성증권의 콜옵션 행사 시점이 다가오면서 자회사로 중소형 보험사를 둔 대주주들의 지갑이 하나 둘 열릴 전망이다. 보험사들의 보완자본 발행 한도가 소진되면서 차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서다.

      대주주의 수혈을 받을 수 없는 보험사는 비상상황이다. 기본자본 규제가 예고된 가운데 상환을 위해 자본을 소진하는 건 부담이 크다. 외형성장을 포기하고 요구자본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한편, 대형사를 중심으로 '내부모형'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푸본현대생명·KDB생명·IBK연금보험·IM라이프·하나생명·하나손해보험 등은 보완자본 인정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사 중에서는 현대해상과 한화생명의 소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는 요구자본(경과조치 전)의 50%까지 보완자본을 발행할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요구자본의 10%까지는 기본자본으로 인정되고, 나머지 금액은 보완자본으로 적용된다. 후순위채는 전액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다만 킥스 제도가 도입(2023년 1월1일) 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는 모두 기본자본으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보완자본 인정 한도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증권의 콜옵션 시기가 2027년까지 차례로 돌아오고 있다. 보완자본 인정 한도가 넉넉하지 않은 보험사는 해당 증권을 상환할 수밖에 없는데, 이중 대부분이 중소형사로 상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이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유상증자가 사실상 유일하다. 이달부터 내년까지 1995억원의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해야 하는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이미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연말까지 7000억원을 유상증자할 계획이다.

      iM라이프와 IBK연금도 내년까지 각각 500억원의 후순위채 콜이 다가온다. 이들 회사의 대주주가 금융지주인 만큼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 상환에 따른 건전성 악화와 경과조치로 인한 기본자본 인정 효과가 사라지면서 킥스 비율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일반적이라면 콜옵션 자체를 못하는 상황이겠지만, 문제를 겪는 보험사들이 대부분 금융지주 산하라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의 경우 상환 우려는 덜하지만 자본 소진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킥스비율에 대한 규제를 예고해서다. 현재 현대해상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53.8%, 한화생명은 59.5%다. 업계에선 50~70% 수준에서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아슬아슬한 수치다.

      이들 회사는 유상증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저마진 상품 판매를 줄이고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긴 하지만, 빠른 방법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에 일부 회사를 중심으로 내부모형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내부모형은 보험사의 자체 기준에 따라 위험액을 산출하는 모형으로 킥스 비율 측정에 있어 표준모형보다 유리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작년 말 승인신청 매뉴얼을 마련했고, 올해부터 승인 심사를 개시할 예정이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은행 및 금융지주도 내부등급모형 도입 직후 BIS비율이 단기간에 개선된 사례가 있다"며 "킥스가 RBC보다 훨씬 강화된 제도이고, 금리 환경 등 전반적인 환경이 보험사에 부담이 되고 있어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보험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