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리츠' 활성화한다더니…중대재해법 처벌 강화에 떠는 AMC
입력 2025.09.24 07:00
    국토부 프로젝트 리츠 투자 확대 구상 속
    중대재해 처벌 강화로 법적 부담은 확산돼
    시공사·시행사 넘어 AMC 대표도 처벌대상
    정책 의도와 현장 현실 괴리…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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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프로젝트 리츠를 앞세워 부동산·SOC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현장의 공기는 정반대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강화와 제재 수위 상승으로 시공사뿐 아니라 시행사·자산관리회사(AMC)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 발짝 잘못 디딜 경우 경영진 개인 책임으로 번지는 구조 속에서 리츠 등기이사들까지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자, '프로젝트 리츠 육성' 구호와 '중대재해 엄벌' 정책이 충돌하는 형국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강력한 집행 기조가 포스코이앤씨 사고를 계기로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대선 때부터 엄벌 기조를 내세우며 법 집행 강도를 높였다"며 "그럼에도 현대건설·DL·롯데·코레일까지 연이어 사고가 터질 줄은 예상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5년간 10대 건설사 중 포스코는 산재 사망사고 발생 건수에서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여론의 관심은 개별 기업을 넘어 건설산업 전체로 번졌다. 이에 국내 1000여개 개발 사업장은 정부 지침에 따라 일제히 공사를 중단했다. 전 현장 공사 중단 후 행정안전부 점검이라는 매뉴얼이 정책으로 정착하면서, 한 차례 사고가 업계 전체 '셧다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굳어졌다.

      가장 난감한 쪽은 프로젝트 리츠를 추진 중인 AMC다. 프로젝트 리츠는 통상 AMC가 대표이사 명의로 인허가·시행 절차를 주도한다. 시공사는 원청 책임을 지지만, 리츠AMC 대표 역시 '사업주' 범주에 포함돼 중대재해 발생 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부 AMC 대표는 최근 법무법인으로부터 중대재해 리스크 자문을 받으며 개인 형사책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한 AMC 관계자는 "동탄에서 진행 중인 헬스케어 리츠만 해도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AMC 대표가 처벌 대상에 오른다"며 "시공사, 시행사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제 자산관리업계까지 불똥이 튀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천 제물포역 북측 도심 공공주택, 동탄 헬스케어 리츠, 서울·경기 지역상생리츠 등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리츠 도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한화솔루션·쿠팡 등 대기업도 AMC를 설립해 프로젝트 리츠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AMC 경영진이 안전사고까지 떠안게 되면 정부가 의욕적으로 밀고 있는 리츠 활성화 정책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프로젝트 리츠를 통해 민간 자금을 사회간접자본과 도심주택 공급에 끌어들이겠다고 나섰지만,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누가 앞장서겠느냐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설상가상 정부는 이달 16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처벌 강도를 높였다. 중대재해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영업손실이나 비영리기관일 경우에도 최소 30억원을 부과한다. 연간 다수 사망이 반복될 경우 건설사 등록 말소까지 가능하도록 법 개정도 예고됐다.

      여기에 금융권 불이익도 더해졌다. 중대재해 이력이 있는 시공사·시행사는 대출 금리·한도에서 불이익을 받고, HUG·HF 보증 심사에서도 감점을 받는다. AMC가 관리하는 리츠 역시 구조상 배제되기 어렵다.

      현장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사고 예방보다 사고 발생 이후 대응 매뉴얼에 집중하고 있다. 사고 예방의 비용보다 사고 이후 대응의 비용이 예측 가능하다는 현실적 계산 때문이다.

      문제는 시공사, 시행사, AMC 등 사업주 범위에 포함되는 주체가 점점 늘어난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리스크 분담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금융·정책 당국이 머리를 맞대 안전관리비를 공사비에 반영하거나, 사업주 책임 범위를 조정하지 않는 한 프로젝트 리츠 제도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공사 지체에 따른 금전적 부담부터 처벌 가능성까지, 프로젝트 리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적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