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명 이상 사망시 영업이익 5% 이내 과징금
하한액 30억원…중소형 건설사일수록 타격 커
영업정지 요건 확대에 금융·보험 제재까지
'매출 3% 과징금' 건설안전특별법 행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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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방지를 위한 강력한 제재안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적정 공사비 확보와 충분한 공사 기간 부여 등 사고 예방책보다 제재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제재 강도가 지나치게 강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는 중대재해를 반복하는 건설사와 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제적 제재로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법인에 과징금 부과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원) ▲영업정지 대상 확대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 '연간 다수 사망' 요건 추가, 사망자 수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 강화) ▲사고 재발 시 인허가 취소 추진 ▲공공입찰 제한 강화 등이 있다.
이외에 기업에 대한 제재는 금융과 보험 영역까지 확산된다. 금융권 신용평가와 대출약정 등을 개선해 대출금리·한도·보험료 등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하도록 한다. 분양보증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취급 시에도 심사가 강화된다. 또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의 ESG 평가와 스튜어드십코드에도 중대재해 관련 사실이 반영된다.
이어 금융위원회는 17일 후속조치로 여신심사, 자본시장 평가 반영 등 '중대재해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세부방안'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은행대출 한도가 줄며, 보험료는 최대 15% 오른다.
강력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와 세부방안이 발표된 이후 건설업계는 물론 은행, 증권사 등 대주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의 포스코이앤씨 질책 이후 시장에서는 고강도 제재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발표된 내용이 그 이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역설적이게도 일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종합대책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국이 현 수준의 강도를 실제로 밀어붙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인식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종합대책의 제재 수위는 건설 시장이 마비될 정도로 높은 수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올 하반기를 거쳐 내년부터 발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인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며 "다만 현 제재 강도로는 부정적 여파가 더 커 실효성이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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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정지나 인허가 취소도 부담이지만, 즉각적으로 부과되며 사실상 영업정지에 준하는 과징금이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후 신설 예정인 '다수 사고 발생에 대한 과징금'은 건설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으로 과징금은 사망자 수와 사망 발생 횟수에 따라 영업이익의 5% 이내로 차등 부과하며 하한액은 3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은 1913억원이다. 영업이익이 600억원만 넘는다면 과징금이 영업이익의 5%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이보다 작은 중소형 건설사들은 과징금 하한액인 30억원을 낼 경우 영업이익의 큰 부분을 과징금으로 내게 된다.
대형사라고 안심하긴 어렵다.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더불어 건설안전특별법도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회에 사망사고 발생 시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의된 상황이다. 이번에 발표한 과징금 신설 안이 건설안전특별법에서 완화된 대책인지 별개의 대책인지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건설안전특별법과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별개라면 건설사 입장에서 추후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 경우에는 10대 건설사도 타격이 크다. 매출의 3%를 과징금으로 내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과징금으로 내게 된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포스코이앤씨의 적자 폭은 더 커지게 되며,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은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과징금으로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외의 나머지 7개 대형사의 영업이익 대비 과징금 평균 비율은 70%에 달한다.
대형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현재 발표된 종합대책은 자기책임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고려하면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최근 건설사·시행사 등 차주뿐 아니라 대주 역시 현 정부 임기 내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