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엔 비용 부담, 업계 양극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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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의 사정 칼날이 사모펀드(PEF)로 향하고 있다. 과거 기관투자자 위주의 자율성이 강조되던 시기와 달리, 이제는 본격적인 감시·규제 대상이 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대형 PEF를 중심으로 로펌을 통한 내부통제 컨설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블랙스톤,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주요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과정에서 법인뿐 아니라 주요 파트너 개인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사4국은 ‘재계 저승사자’라 불릴 만큼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는 국세청 내 정예 조직이다. 이에 외국계 PEF들은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을 고용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역외 탈세 여부를 겨냥한 조사로 보인다”며 “이번 사안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세무조사에 이어 금융감독원도 PEF 검사에 착수했다. 최근 MBK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에 검사 인력을 투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년간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PEF 검사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그간 PEF 전담 부서를 두지 않았지만 최근 관련 인력을 확충하며 조직 정비에 나선 상태다. 검사 결과에 따라 부서 확대와 인력 보강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PEF도 은행·증권사처럼 금감원 검사의 직접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기관의 압박이 강화되자 로펌들은 PEF를 상대로 내부통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직원의 사적 주식거래 규정 정비, 리스크 대응 매뉴얼 마련 등 사전 예방적 조치가 핵심이다. 대형 PEF들은 선제 대응을 위해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큰 중소형 PEF들은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한 중견 PEF 관계자는 “컨설팅 비용이 만만치 않아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PEF 업계 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간 PEF들은 연기금·공제회 출자를 받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해왔지만, 금감원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해외 사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검사 이후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면, 내부통제 강화 능력을 갖춘 대형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형사의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사에서 문제가 적발된 PEF는 펀드 결성 과정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를 받은 PEF는 출자 심사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될 것”이라며 “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