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 기단 확대 후 에어프레미아 볼트온 전략 검토
공개매각 전 계약금 보존 조건 합의 가능성도 거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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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투자한 이스타항공의 매각 전략이 이달 말부터 10월 사이 분수령을 맞고 있다. 타이어뱅크의 에어프레미아 잔금 납입 여부가 현재 최대 변수로 꼽힌다.
올해 5월 타이어뱅크 측은 대명소노·JC파트너스로부터 에어프레미아 지분 22%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계약금 200억원을 납부했다. 잔금 약 1000억원은 이달 말까지 납입해야 하는데, 최대 10월 말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연장 시 이자 부담이 따른다.
잔금이 미납될 경우 계약은 자동 파기되고 계약금은 몰취된다. 동시에 JC파트너스와 대명소노는 드래그얼롱(강제 동반 매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타이어뱅크 계열사(AP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46%까지 포함한 경영권 지분 68%가 통매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에어프레미아 인수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JC파트너스·대명소노가 드래그얼롱을 발동할 경우 VIG가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일괄 매입하고,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통합한 뒤 2~3년 내 엑시트를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VIG파트너스가 공개매각까지 끌고 가기보다는, 타이어뱅크 측의 계약금을 보존하는 조건으로 사전 합의해 잡읍 없이 정리하는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VIG파트너스는 지난 2023년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4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코로나 여파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등 재무구조가 열악했다. 이후 1000억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통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탈피시켰고, 올해 600억원 규모 추가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총 2000억원이 넘는 4호 펀드 자금을 투입했다.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최신 기종(B737-8) 항공기를 추가도입해 현재 15대 수준을 내년엔 최대 27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규 노선도 개척했다. 국적 항공사 최초로 일본 도쿠시마 노선, 인도네시아 마나도 등 직항 노선에 단독 취항했고, LCC 최초 카자흐스탄 알마티 노선에도 진입했다.
다만 LCC 시장 회복세가 불확실해, 매각을 열어두고 자문사를 통해 연락을 받았으나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아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런 제약 속에서 최근 타이어뱅크 오너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 통합 가능성이 새로운 투자 기회로 떠오른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VIG가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면 LCC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중장거리(에어프레미아)와 단거리(이스타항공) 네트워크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어뱅크 측은 여전히 인수 의지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자산을 일부 활용하거나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며, 인수 주체를 AP홀딩스에서 가족회사로 변경하는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자금 조달 지속 여부와 국토교통부의 사후 승인 확보 가능성 등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VIG파트너스 측도 이스타항공을 담은 4호 펀드 자금 대부분이 소진된 만큼, 단독으로 에어프레미아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 실제 투자를 진행하려면 타이어뱅크와의 권리 승계에서 유리한 구조(계약금 보존 조건)를 마련하거나, 신규 펀드 또는 공동 투자자(Co-investor) 참여, 혹은 리스·금융담보 기반의 M&A 구조 등 다수의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결국 늦어도 다음달 말에는 타이어뱅크의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 지위가 유지될지, VIG파트너스의 통합 전략이 현실화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업계 구조조정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시기"라며 "대한항공 산하 3사 통합, 에어제타 출범 등 최근 재편 상황 속에서 앞으로 한두 달간의 움직임이 국내 LCC 지형 변화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