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전환 성공한 일본 사례 제시해
정부, 구조개편 방안 발표에도 불확실성 여전
-
석유화학 기업들의 사업재편 논의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신용평가사들도 스페셜티 제품군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 및 통폐합 등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연이어 내놓았다. 개별 기업별로 구조조정의 경과와 유동성 대응능력 등을 중심으로 향후 신용등급을 판단할 예정이지만, 당분간 등급 하향 압박은 불가피하다는 평이다.
최근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잇따라 크레딧 세미나를 개최하고 국내 석유화학 산업 진단 및 신용등급 모니터링 요인을 제시했다.
신용평가사들은 공통적으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국제경쟁력 비교를 통해 구조조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먼저 구조조정을 시행한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현재의 범용 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스페셜티 제품군 및 고부가가치 사업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향 수출을 늘린 것과 달리 일본은 생산능력을 축소하고 내수 위주의 수급 구조로 변모했다"면서 "이에 따라 2022년 이후 국내와 일본 석유화학 업체간의 디커플링이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지난달 20일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및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지만 신평사들은 여전히 산업 내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먼저 자구노력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기업간 이해관계가 상이해 실제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GS칼텍스와 LG화학 등 산업단지 내 통합 논의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중국의 공급과잉 등으로 인한 장기불황이 이어지며 석유화학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구조조정 경과를 면밀히 살펴 각사별로 신용등급을 결정하겠다면서도 등급 하향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업체별로 자구계획을 통한 재무개선 효과가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롯데케미칼과 SK지오센트릭은 재무개선이 잘 이행된다면 차입 부담이 유의미하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여천NCC, HD현대케미칼 등은 추가적인 제무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원활한 구조조정이 동반돼야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완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충분한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석유화학사들의 유동성 대응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충분한 인센티브와 사후관리 가이드라인 선제적 제시 등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NICE신용평가는 중국의 증설이 예정돼 있어,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 이후 2차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별 기업별로 신용등급을 판단할 예정이지만, 석유화학사들은 타사의 크레딧 리스크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