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 불황기 재무자문 부문 통폐합…'원스톱 서비스' 경쟁 치열
입력 2025.09.29 07:00
    핵심 사업 집중 전략 가속화
    전략 컨설팅과 시너지 추구 대세로
    수수료 경쟁 탈피로도 이어질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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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빅4 회계법인의 재무자문 부문이 불황기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과 전략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지나치게 세분화된 조직은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조직을 통폐합해 융합 시너지를 노리는 동시에, 수익성 확보와 수수료 경쟁 탈피를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는 인력 효율화와 비용 절감 효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3일 삼정은 재무자문부문을 기존 10본부 체제에서 6본부 체제로 축소 개편했다. 구조조정 전문 인력을 2본부로 통합하는 등 산재한 인력을 재배치해 전문성과 시너지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력 감원은 없으며, 본부 간 이동을 통한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삼정 재무자문 매출은 2022년 회계연도 4650억원에서 2023년 4178억원으로 감소했다. 2024년 소폭 회복(4355억원)했지만, 여전히 정점 수준에 못 미친다.  전선을 넓히기보다는 핵심 역량에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원정준 부대표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젊은 본부장들이 자리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한 빅4 파트너는 “본부가 많으면 불황기에 내부 경쟁이 심해져 저가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통폐합은 불황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삼일은 작년 이미 대대적인 조직 통폐합을 단행했다. 민준선 대표 취임 후 대기업·금융부동산·중소중견·PE·M&A센터로 조직을 단순화하고, IB·산업 전문가(스티븐정, 곽윤구, 심건, 한인섭, 조한준)를 영입해 크로스보더 딜에 역량을 집중했다. 컨설팅 인력 보강으로 토탈 솔루션 제공 능력도 강화하며, 인당 매출을 업계 최상위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안진은 글로벌 본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무자문과 컨설팅 부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전략컨설팅 자회사인 모니터그룹을 통해 산업별 전문성·자문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남상욱 전략재무자문 본부장이 이끄는  One M&A Advisory(M&A 통합서비스 플랫폼) 하에 10개 그룹을 구성해 '원스톱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한영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최근 K뷰티 산업에 특화된 자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선제적으로 산업 리포트를 발간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스킨푸드 매각 자문 등도 이런 성과의 일환이다. 

    • 실제 빅4 회계법인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재무자문 부문의 인력은 전년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다.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신규 인력을 제한적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빅4의 이런 움직임은 해외 사례와도 궤를 같이한다. 빅4 회계법인 글로벌 차원에서 불황기에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재배치해 크로스보더 딜·테크 섹터 중심으로 집중력을 높였다. 더불어 비용구조 최적화와 AI 기반 데이터 분석 인력 확충을 통해 불황기 돌파구를 모색했다. 국내 빅4도 이와 유사하게 “규모 경쟁”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하는 양상이다.

      핵심 쟁점은 조직 개편이 과연 수수료 덤핑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느냐다. 최근 몇 년간 빅4는 인력 확충 경쟁으로 인건비가 급증했지만, 거래 규모와 수익성은 뒷받침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저가 수주 관행이 심화되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한 빅4 파트너는 “조직 통폐합으로 KPI 압박이 완화되면 수수료 경쟁 억제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중앙 통제를 통해 파트너별 무리한 덤핑을 견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고객사의 비용 절감 압박이 여전한 만큼 수수료 경쟁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빅4 회계법인들의 재무자문 부문 통폐합은 불황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략이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핵심 산업·서비스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시장 축소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수수료 경쟁의 악순환을 끊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