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는 내년 상반기 접수 대기 중
요구자본 자체 산출하면 건전성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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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내년 도입을 목표로 킥스(K-ICS) 내부모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즉각적으로 건전성을 끌어올릴 유일한 방법이라는 판단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킥스 내부모형 세부 운영기준을 개정하기 위한 TF를 운영 중이다. 현재 관련 규정을 손보는 중으로 내년 상반기 중 신청을 접수하고, 내부모형 심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보험사는 '요구자본'을 산출할 때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표준모형, 혹은 자체 개발한 내부모형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모든 보험사는 표준모형을 사용 중이다. 내부모형을 사용하려면 금감원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승인을 신청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보험업계는 2023년 12월부터 금융당국과 내부모형 승인기준 마련을 위한 TF를 운영해왔다. 현재 세부 운영기준 개정을 두고 마무리 작업 중이다. TF 협의가 끝나면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해 해당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당국은 개정이 완료되는 내년 상반기께 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TF에 참여 중인 10여개의 생·손보사 중 일부 회사가 즉시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심사에 약 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 처음으로 내부모형을 도입하는 사례가 탄생할 수 있다.
애초 계획보다 세칙 개정이 늦어지긴 했지만, 실제 도입 시기는 변함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TF와 논의 중에 더 고려할 요소들이 생기다 보니 시간이 약간은 더 걸리고 있지만, 현재 어느정도 마무리됐다"며 "하반기 중 세칙을 개정하면 내년부터 보험사들이 내부모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내부모형을 도입하면 요구자본이 줄어 킥스 비율이 즉각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표준모형은 보장성 보험 등에 대한 리스크를 과도하게 측정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당국이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를 예고하면서 내부모형이 더욱 절실해졌다.
요구자본은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 ▲일반손해보험위험 ▲시장위험 ▲신용위험 ▲운영위험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내부모형 도입을 추진 중인 건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이다. 당국은 추후 이외 위험까지 내부모형 승인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내부모형을 도입한 금융지주들은 건전성이 즉각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 지난 2021년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은 우리금융의 경우 당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3%포인트 개선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내부모형을 도입하면서 금융당국의 이해도가 커졌다"며 "현재 킥스 제도가 영업을 잘할수록 건전성이 악화되는 기형적 구조라는 데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킥스 제도 도입 후 시행착오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부모형 도입은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IFRS17 이후 불거졌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건전성 평가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체 모형을 마련할 인적 자원 등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형사가 소외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외국 보험사들이 내부모형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 과정에는 수년이 걸렸고 금융당국과의 협의도 결코 쉽지 않았다"며 "자본건전성 강화를 위해 기본자본 규제를 시작한다면서 내부모형으로 대형사만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주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는 크기가 작더라도 본사가 내부모형을 대부분 쓰고 있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을 수 있고, 소형사면 포트폴리오가 단순해 최적화 된 모형을 적용하기 쉬울 수도 있다"며 "규모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건 맞지 않고, 내부모형 승인 후에도 매년 사후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