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산 3사, 수출 급증에 근로환경 악화…대규모 채용한다고 개선될까
입력 2025.09.29 07:00
    취재노트
    실적·주가 고공행진…수주잔고 넘치는 한화 방산 3사
    현장 피로는 누적…"야근·주말 출근이 일상"
    역대급 성과급 지급에도 내부선 "업무 강도 못 미쳐"
    대규모 채용에도…근로환경 개선 여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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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방위산업 3사는 근래 없는 수출 호황기를 맞았다. 수주잔고가 급증하고 영업이익과 주가도 가파르게 뛰었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늘어난 수출 물량에 근무 강도가 연일 높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한화그룹은 대규모 채용에 나섰는데, 실제로 업무 부담이 줄어들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한화 방산 3사의 최근 성과는 두드러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2735억원, 영업이익 8644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놨다. 수주잔고도 3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은 필리조선소의 손실을 반영하며 2분기 어닝쇼크를 냈지만, 수주잔고가 8조5000억원 수준이다. 한화오션 또한 선별 수주로 2년반~3년치의 매출에 해당하는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중동향 지상무기 수출 가능성이 커졌단 관측도 나온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압둘라 빈 반다르 사우디 국가방위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해당국에 지상 방산 무기 등의 도입을 염두에 둔 방문이란 평가다. 향후 실제 계약이 이줘질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외형 성장의 뒷면에 자리한 근로환경이다. 한화 방산 3사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수출 물량이 급증했는데, 인력은 크게 바뀌지 않아 업무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한국 방산업이 근래 없는 수출 호황기를 맞으며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로 소진되고 있단 분석이 힘을 얻는다.

      성과급은 오히려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본급의 710%와 일시금 500만원, 한화시스템은 연봉의 21.6%를 2024년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역대급 보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현장에선 업무량을 보면  큰 보상도 아니란 이야기도 오르내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 사업팀 직원은 "회사가 수출에 혈안이 돼있는 분위기라 임원부터 팀장, 사업부장까지 압박이 상당하다"며 "RFI(정보제공요청서)가 들어오면 이를 준비하다 자정을 넘기는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그는 또 "일선 직원뿐 아니라 임원들도 업무 부담이 과중돼 있다"며 "위로 올라갈수록 수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곧바로 자리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직원은 "국내 방산 무기 판매는 방위력 개선비 내에서 구매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수출은 협상만 잘하면 제한이 없다보니 압박이 있는 것"이라며 "RFI는 제안이 오면 우선 모두 참여는 해야 하는데, 수출용은 견적을 내는 방법도 따로 있어 원가팀에서 기본 틀을 주면 사업팀이 이를 가공해 완성해야 한다. 방산 분야 특성상 제안서 작성과 견적 산출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의 한 직원은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 출근도 흔하다"며 "근로기준법상 법적으로 주 최대 52시간 근무가 가능해 하루 4시간가량 추가 근무가 인정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국과의 접점이 많은 부서의 경우, 한국 시간대는 물론 미국 시간대까지 겹쳐서 일하는 날이 왕왕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에는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존재한다. 이는 회사가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신청해 고용부 승인을 받으면,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범위 내에서 주 12시간을 추가로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 경우 최대 주 64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다른 직원은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실적을 잘 내다보니, 위에서는 한화시스템에도 '왜 시스템은 수출로 성과를 못 내느냐, 수출을 더 늘려라'는 요구가 내려온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화시스템은 국가가 IP를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로 내보내도 되는 기술인지 일일이 확인을 거쳐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약간의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 프로젝트는 시차에 맞춰 새벽에 회의나 보고를 진행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방산 3사의 생산직 직원들의 경우, 늘어난 수출량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업무 강도는 한층 높단 평가다. 

      일부 직원들은 주말 근무도 일상이 됐다. 주말 근무를 하면 통상 임금의 1.5배가 지급되기 때문에 '크게 무리는 아니다'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업무가 밀려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한화 방산 3사 중 한 직원은 "주말에 출근하면 사업부장들이 좋아한다. 자발적이라기보다는 회사 분위기에 떠밀려 나오는 셈"이라고 했다.

      회사는 인력을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하반기 3500명 신규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500명을 방산 3사에 배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100명, 한화오션 800명, 한화시스템 550명이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채용이 늘어도 수출 사업에 더 많은 성과를 바라기에 실제로 개인 업무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현재 임단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임금협상 결과가 직원들의 사기를 좌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화오션은 지난 7월 2025년 임금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은 "임단협 협상은 진행 중에 있고 노사 간 간극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초과 근무는 법 기준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