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앞둔 행장에 손발 묶인 기업은행
입력 2025.09.29 07:00
    김성태 행장 1월 임기 만료…부행장 공석도 3곳
    '생산적 금융' 리더십 부재에 부당대출 여파
    새 정권 맞이하는 금융지주·산업은행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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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대표적인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이다. 김성태 행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며 인사 시계가 멈췄고, 쇄신책 발표 이후에도 부당대출을 적발하는 등 목소리를 낼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정부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는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도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은 신임 회장이 취임하며 다시 한번 본점 이전 우려를 잠재웠고,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생산적 금융을 주도하겠다며 사기를 불어넣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만료된다. 김 행장은 지난 7월 임기 만료 전 마지막 정기 인사에서 부행장 인사를 건너뛰었다. 이에 따라 임기를 마친 박봉규·현권익 전 부행장과, 지난 3월 중도퇴임한 박일규 전 부행장의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이에 내부에선 중요한 시기에 핵심 보직을 비워두고 있는 데 대한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는 평가다. 중소기업 지원, 모험자본 공급 등 기업은행이 강점을 가진 분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추진할 리더십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은 새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준비하는지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지주 체계가 아닌 기업은행은 행장이 나서야 하는 문제인데, 리더가 발언할만한 힘이 없으니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실무진들은 나름대로 생산적 금융에 발맞춘 전략들을 준비 중이지만 내년 새 행장이 임명된 후에야 꺼내놓을 수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분위기와도 대조되는 분위기다. 박상진 산은 신임 회장은 지난 15일 취임한 후 부산 이전에 대한 우려를 종식하며 직원들을 달랬다. 박 회장과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대 법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박 회장은 취임식 후 사내 게시판에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은 지난 정권의 불가능한 약속이었다"며 "30여 년을 산은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우리는 금융중심지 서울에서 그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런 분위기는 오는 26일 총파업을 앞둔 모습에서도 읽힌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임금 5% 인상과 주 4.5일제 전면 도입을 목표로 대대표 교섭을 진행 중이다. 이를 바라보는 기업은행 직원들의 반응은 비교적 시큰둥하다는 전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임금 인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번 교섭에서 관심 있는 안건은 그나마 4.5일제 정도"라며 "이마저도 부당대출로 전국민에게 질타를 받는 상황 속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안팎에서는 김 행장의 운신의 폭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임기는 약 3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역대 기업은행장이 연임한 경우는 단 2회로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부당대출 여파도 계속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된 뒤 대국민사과에 이어 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달 말 2023년에 발생한 배임 행위가 적발되면서 쇄신안의 실효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