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존치 이유 보여줘야 하는 금감원, 검사 앞둔 KB증권 긴장 '고조'
입력 2025.09.29 07:00
    취재노트
    조직개편 위기 넘겼지만 공공기관 지정 과제 여전
    성과로 존재감 증명하려 할까
    정기검사 앞둔 KB증권, 금감원 '점검 강도'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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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조직 분리 위기에서 벗어나며 한숨을 돌렸다.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서 금감원 분리 방안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한 조직 존치를 넘어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은 여전하단 분석이다.

      존치 결정 이후 첫 정기 검사 대상인 KB증권에 금융권의 시선이 모아진다. 공공기관 재지정 이슈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검사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려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금융위원회 개편안을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고, 금융 관련 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하게 두는 것은 경제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애초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당국 개편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공약에 따라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개편 논의가 함께 언급됐지만, 실제로 두 기관을 나누는 것이 정책 추진에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27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당시 사무처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취임 이후 현 금융당국을 지켜본 대통령이 결국 쓸모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전평이 나온다.

      조직개편 위기는 넘겼지만 금감원 내부에선 여전히 안심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공공기관 재지정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금감원이 16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예산과 인사 전반이 재정경제부의 경영평가와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 

      정부 통제로 연봉과 복지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최종 결정 전까지는 여권과 업계의 기대치를 충족할 변화를 보여주려 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핵심으로 한 쇄신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공공기관 지정을 피할 명분을 확보하려면 금융시장과 정치권이 수긍할 만한 성과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금감원은 금감원이 금융권 감독 기능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대대적인 검사와 단속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달부터 불법 활동을 벌이는 손해사정사들을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착수했고,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등과 함께 장기간 주가를 조작해온 대형 세력의 정황을 포착하는 등 자본시장 관리·감독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이로 인해 하반기 정기검사를 앞둔 KB증권 내부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당초 금감원이 조직개편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자, 쟁의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사 감독 업무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직이 존치되면서, 오히려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에 검사가 이뤄지게 되면서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8일 사전검사에 착수해 약 2주간 조사를 마쳤으며, 조만간 본격적인 현장검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안 그래도 새 정부 첫 정기검사라 KB 내부에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금감원 입장에선 조직의 쓸모를 입증하기 위해 더 강도 높은 검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검사 기조로 ▲금융소비자 피해 및 금융사고 방지 ▲리스크 대응과 건전성 제고 ▲시장 질서 확립 등을 제시한 바 있다. KB증권의 경우 부동산 PF 사업 일부에서 여전히 부실화 위험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3년에는 KB증권을 포함한 9개 증권사가 고객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에서 채권 돌려막기 사례가 적발돼 기관경고와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번 검사에서는 재무건전성, 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등 전반적인 경영 실태가 집중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찬진 원장이 취임 후 증권사 사장단과의 첫 비공개 간담회에서 꺼낸 핵심 의제가 '취약투자자 보호'였던만큼, 이후 이뤄지는 검사에서도 관련 사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며 "현 금감원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본보기가 될 수 있어 다른 증권사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