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뒤흔든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빅딜'…네이버·두나무 각각 뭘 얻었나
입력 2025.09.29 14:48
    두나무 송치형,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로
    3대1 주식교환비율…두나무 주주들의 딜레마
    후계자 필요한 네이버, 송치형 카드 꺼내나
    금융 결합한 빅테크 부상에 FI 복잡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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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윤수민 기자)

      최근 카카오와 토스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 소식이 들려오자마자였다. 국내 핀테크 1위 네이버페이와 가상자산거래소 1위 업비트가 한 가족이 된다는 소식에 업계 전반이 술렁였다. 단순한 기업결합이 아니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사이의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네이버페이 운영사 네이버파이낸셜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를 품게 되고, 이해진 의장 체제의 네이버 지배구조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만 두나무와 네이버 양사의 속내는 미묘하게 엇갈린다.

      15조 두나무 vs. 5조 네이버파이낸셜…3대1 주식교환 가닥

      IB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시장 상단 기준 15조~20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네이버파이낸셜 밸류는 5조~6조원 선으로, 대략 3대 1 수준의 교환 비율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은 사실상 두나무의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두나무 주주 입장에서는 복잡한 셈법이다.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신주 3주를 받지만, 과연 가치가 3배 차이 나는 회사의 주식을 받는 게 이득일까? 두나무의 성장성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현재 두나무 최대주주인 송치형 회장은 보유 지분 약 26%를 바탕으로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과적으로 송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두나무와 디지털자산 사업 전반을 사실상 지배하게 되는 구조다.

      반면 기존 네이버파이낸셜 대주주 네이버와 재무적투자자(FI)인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지분은 희석될 수 있다. 미래에셋금융은 이번 딜에서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명목상 네이버파이낸셜이 모회사가 되지만, 실질적 운영 권한은 두나무 주주들과 송치형 체제를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두나무, 네이버페이 통한 금산분리·금가분리 우회 전략

      이번 구조는 사실상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 즉 네이버그룹이라는 제도권 금융을 '선택'한 형태로 해석된다. 두나무는 ‘빅테크’ 네이버를 매개로 가상자산, 결제, 스테이블코인 등 신(新)금융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제도권 금융과의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두나무는 그간 SK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금융사와의 협업도 여러번 무산됐다.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직접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분리'와, 기존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회사에 출자하거나 협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관행적 규제 '금가분리'라는 두 개의 장벽 때문이었다. 

      이번 주식교환은 그 벽을 정면 돌파가 아닌 우회하는 전략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지배 구조는 네이버→송치형→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업비트 순으로 형성된다. 이를 통해 두나무는 직접 금융사를 인수하지 않고도 금융 지배권과 결제·금융 인프라 접근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통로를 통해 금융업에 진입하는 셈이다.

      이번 주식교환은 두나무의 미국 증시 상장(IPO)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송치형 회장 측은 상장을 궁극 목표로 삼고 있으며, 네이버의 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 경험을 참고해 두나무 FI들에게 장기적 가치 확대 전략을 설명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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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윤수민 기자)

      이해진 후계자 찾는 네이버, 송치형 실질 영향력 부각

      네이버는 이번 딜이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그룹의 경영권 구조와 승계 구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의장의 네이버 지분은 3.7%에 불과해, 2세 승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영권 지분을 확보해야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도 승계가 가능하지만, 실제로 이 수준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그간 네이버는 내부 후계자를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는 방식으로 경영 보강을 시도해왔다. 대표 사례가 IB업계 출신의 김남선 전략투자 대표, 김영기 CFO 등이다. 그러나 이들의 투자 성과가 부진하면서 네이버는 '후계자 찾기'라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송치형이라는 카드가 부상하는 이유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STO(토큰증권) 등 제도가 활성화돼 네이버파이낸셜의 덩치가 커질 경우, 그룹 내 금융 지배력과 관련된 전략적 의미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송 회장은 네이버 내부 지분 구조의 한계를 우회하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양사는 송 회장이 네이버 이사회 또는 그룹사 경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방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STO 법안 등 규제 환경 변화와 맞물려야 가능하며, 내부 '이너서클'의 힘 또한 여전히 강력해 최종 권력 구도는 송 회장에게도 과제로 남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송치형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을 핵심 계열사로 끌어올리면, 향후 이사회에서 사실상 실세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카카오인베 등 FI 동의 여부는 '변수'

      거래 성사 여부와 관련해서는 일부 주주의 동의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기존 두나무 주주 중 일부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 교환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 주식과 네이버파이낸셜 주식의 가치 차가 존재하는 데다, 교환 이후 더 이상 두나무 단독 주주가 아닌 네이버파이낸셜 주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나무는 반대 주주가 나올 경우 해당 지분을 매수하는 시나리오까지 마련해야 한다. 예상되는 반대주주 지분 매입 비용은 최대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네이버 측 FI인 미래에셋금융은 네이버파이낸셜에 투자했지만 아직 기대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두나무 측 FI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합병으로 강력한 경쟁자가 탄생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에 투자한 미래에셋금융 입장에서는 아직 원하는 밸류에 도달하지 않았는데 두나무와 합병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투자자 설득과 당국 승인 등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아 거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빅딜은 주식교환과 반대주주 설득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어, 향후 몇 주간이 거래 성사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네이버와 두나무 측은 "네이버페이와 두나무가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