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참여율' 중시 지수추종과 '현금흐름' 커버드콜 전략 대비
"조정 등 손실 변수 있으나, 금리 인하·정책 기대에 상승세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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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순자산총액 240조원을 돌파했다. 증시 강세 속 개인·기관 등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며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글로벌 증시와 코스피 랠리에 맞춰 지수 추종 ETF에 대한 자금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피의 연간 상승률이 45%에 다가서며 단기 조정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대기 자금 중 일부는 안정적 현금흐름이 가능한 커버드콜 ETF로 피신해 있는 모습도 관측된다. 증시 주변 자금이 ETF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45조756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59조원)보다 100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7~8월 박스권에 머물던 코스피는 이달 들어 정부의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50억원) 유지 등 주식시장 친화적 정책 기조에 힘입어 반등했고, 이에 ETF 순자산 역시 보름 만에 230조원대에서 240조원대로 올라섰다.
자금 유입을 주도한 건 코스피200, 미국 S&P500 등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에는 최근 한 달간 6524억원이 들어왔고 수익률은 12.51%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에도 같은 기간 3332억원이 유입되며 5.69% 수익률을 올렸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구조 덕분에 지수 추종 ETF는 전형적인 '시장참여율' 전략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또 다른 축은 커버드콜 ETF다. 기초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옵션을 매도해 확보한 프리미엄을 월 단위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로, 안정적 인컴을 원하는 투자자 수요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은 상장 9개월 만에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고, 출시 이후 개인 자금 6813억원이 들어왔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39%, 분배율은 연 15% 수준이다. 상승장에서 수익률은 일부 제한되더라도 꾸준한 인컴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현금흐름' 전략 상품으로 평가된다.
이에 자산운용사 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올해 초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수 추종 ETF 수수료를 앞다퉈 인하하면서 총보수가 사실상 0%까지 떨어졌다. 이후 중소형사들도 가세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7월 'ACE 미국S&P500' 총보수를 0.7%에서 0.0047%까지 낮췄다. 현재는 특정 테마를 가리지 않고 ETF 전반에서 '수수료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커버드콜 ETF 시장에서는 '분배율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연 분배율이 최대 20%에 이르는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AI밸류체인데일리고정커버드콜' 등 고분배율을 앞세운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속가능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며, 최근 'TIGER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과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위클리커버드콜'을 연 7% 분배율로 설계했다. 코스피200 장기 연평균 수익률(8% 내외)을 근거로, 이를 초과하는 과도한 분배율은 결국 원금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미래에셋의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조와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의지가 맞물리면서 코스피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지수 추종 ETF와 커버드콜 ETF 모두 증시 호황의 수혜를 받으며 자금 유입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조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코스피 랠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지수 상승분을 그대로 추종하는 지수 ETF와, 증시 흐름을 일정 부분 따라가면서 안정적 인컴을 제공하는 커버드콜 ETF 모두 투자자 선호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리스크도 존재한다. ETF는 설계상 기초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만들어졌지만 실제 수익률은 지수와 차이가 나는 '추적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다.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운용 과정에서 비용이 커지면 지수와 ETF 간 괴리가 확대되고, 이는 가격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의 코스피 강세가 실물 경기보다는 정책 기대에 기댄 흐름이라는 점에서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경우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산운용사 한 ETF 실무자는 "유례없는 증시 활황 속에서 투자자 성향에 따라 ETF 선택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강세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들은 지수 추종형을, 안정적 인컴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커버드콜 상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두 축을 중심으로 ETF 시장 성장을 이끄는 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