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독보적 1위…NH와 약 4조원 격차
한투·신한·SK證 치열한 중위권 경쟁
9위 하나證, 전통 IB 강화 기조 성과
한화그룹, 회사채 발행량 2위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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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우호적인 채권 발행 환경에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3분기 누적 회사채 규모가 사상 첫 70조원을 돌파했다. 1분기 2위로 시작한 KB증권은 2분기에 선두를 재탈환한 데 이어 3분기에는 2위 NH투자증권과의 격차를 더 벌리며 독주하는 모습이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채권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무보증 공모회사채(일괄신고 제외) 규모는 70조231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채권시장 호황에 힘입어 작년 같은 기간(61조9161억원)의 발행량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신디케이션본부 산하에 구조화금융부를 신설하는 등 자산유동화증권(ABS) 주관을 늘리기 위해 힘썼다. 그 결과 지난해 10위권 밖이었던 ABS 주관 순위를 2위로 끌어올리는 등 분전했지만 SK텔레콤, 한화, DB손해보험, 신한투자증권, iM금융지주 등의 대표 주관을 맡은 KB증권과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KB증권은 NH투자증권과의 격차를 2분기 약 2조7000억원에서 3분기 4조원으로 벌리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상·중·하위권 간 격차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3분기 기준 전체 주관금액 10조원을 넘긴 하우스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 두 곳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중위권을 이루고 있는 3위 한국투자증권, 4위 신한투자증권, 5위 SK증권은 전체 주관금액 차이가 차례대로 5000억원 내외로 형성되며 박빙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위권에서는 하나증권이 9위에 안착하며 순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10위권 내 이름을 올리지 못한 하나증권은 은행자금을 통해 회사채 영업을 확대하면서 10위 교보증권을 제치고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인력 이탈로 미래에셋증권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하나증권은 DCM 등 전통 IB 강화 기조를 바탕으로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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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기업집단별 회사채 발행량은 SK그룹이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1위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SK그룹은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에코플랜트 등이 3분기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총 8조6700억원을 발행하며 6조2500억원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해 2조42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에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던 한화그룹은 3분기에는 LG그룹도 넘어서면서 2위로 부상했다. 한화그룹은 ㈜한화, 한화오션, 한화리츠 등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며 총 3조2120억원을 발행했다. 이에 한화솔루션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거절하며 한화그룹과 관계가 소원해진 미래에셋증권이나 경쟁사 문제로 한화그룹 주관에 어려움이 있는 SK증권·삼성증권 등의 주관사들이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저금리에 발행사들의 활발한 조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연휴 전 마지막 발행 러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10월 중순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영업 저하 우려가 큰 발행사들은 추석 연휴 전에 회사채를 서둘러 발행하려는 분위기"라며 "이달 말에 발행 수요가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한 차례 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연말까지 채권 발행시장에는 훈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미국이 생각보다 금리를 더디게 내리고 있어 한국도 (연말까지) 한 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반적으로 지금과 같은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