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서 채권단→대주주 공개 비판 이례적
갈등의 골 깊어지는 MBK vs 메리츠, M&A 걸림돌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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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 9월24일, MBK파트너스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19일 김병주 MBK 회장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지 닷새 만의 일이다.
MBK는 사과문을 통해 "10년 간의 투자 과정에서 저희의 부족한 판단과 경영 관리로 인해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이라는 중대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장래 운영 수입을 재원으로 하여 향후 최대 2000억원을 홈플러스에 무상으로 추가 증여하겠다"고 밝혔다.
MBK 측이 기간과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으나, 홈플러스에 2000억원을 무상지원한다는 계획은 새로운 인수자의 인수 출자금을 줄여 매각을 좀 더 용이하게 하겠단 의도가 담겨있다. 운용수익이 불규칙한 PEF 운용사의 특성상 MBK의 연간 수익을 추정하긴 어렵지만, MBK의 펀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자금이 집행된다면 향후 수 년내에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그런데 며칠 뒤 주말, 메리츠가 'MBK & 홈플러스 회생관련 주요 쟁점 설명자료'라는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서 메리츠는 MBK의 자구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MBK가 최초로 내놓은 3000억원 지원 계획은 김병주 회장의 개인 증여(약 400억원)와 DIP(Debtor In Possession) 차입에 대한 MBK 임원의 연대보증(약 780억원)이 전부이며, 이중엔 과거 홈플러스가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MBK가 연대보증을 선 2000억원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2조5000억원에 대한 무상소각 계획에 대해선, 회생 M&A 과정에서 무상소각은 일반적인 상황이고 홈플러스가 청산을 하든 계속 운영을 하든 MBK가 가진 지분은 사실상 휴지조작에 불과하단 점을 강조했다.
최근 2000억원의 무상 증여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지원 주체와 시기별 금액, 방식, 조건 등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향후', '최대' 등의 표현으로 미뤄볼 때 최소한의 증여만 하고 싶단 속내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메리츠는 해당 자료를 통해 "MBK의 지난 20년간 경영 실패의 결과를 죄 없는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라며 "이익은 상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사모펀드의 폐해"라고 강도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채권단인만큼 이 같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 점포 약 63곳을 담보로 선순위(트랜치A) 대출 총 1조3000억원을 대출을 실시했다. 고정금리 연 8%, 3년 만기 대출이다. 지난 5월까지 1년치 이자와 수수료 등을 포함해 약 1300억원을 받았고, 원금 역시 1000억원 이상 회수했다. 회생절차가 본격화한 지난 5월부턴 원금과 이자는 유예된 상태이다.
메리츠가 갖고 있는 담보는 유효하다. 홈플러스가 정상화에 성공하든, 새주인을 찾아 경영권 매각이 성사되든 메리츠가 자금을 회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수 조원에 달하는 청산가치를 따져봤을 때, 최악의 경우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돌입한다하더라도 메리츠가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이견을 갖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회생절차의 성패를 가르는 작업은 결국 경영권 매각이다. 회생계획안을 도출하기 전 새로운 인수후보자가 자금을 얼마나 투입할지를 결정하고, 그 이후에 회생담보권자와 회생채권자의 변제율을 산정한다. 아주 특수한 경우에 놓인 회생기업이 아니고서야 회생 담보권자들은 대부분 원금을 상환 받을 수 있다. 회생채권자들은 M&A 규모에 따라 변제율이 정해지는데 100% 돌려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관계인집회에서 고성이 오가는 경우도 대부분 회생채권자들 사이의 일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은행과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선순위 채권단, 즉 회생 담보권자들은 회생 기업의 경영권 매각에 적극 협조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 매각에 혹시나 방해가 될 수 있는 행위들을 최대한 자제하는 건 불문율이다. 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을 위해 총력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런 회생절차 돌입에 대해 MBK에 괘씸죄(?)를 묻겠단 의도라면, 메리츠의 최근 행보를 일견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홈플러스가 존폐의 기로에 놓여 수많은 임직원 및 투자자들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메리츠의 'MBK 흔들기'가 홈플러스의 회생과 투자자들의 회수율 극대화에 과연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