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발행어음 인가 앞두고 '신경전' 치닫는 증권사…심기 불편해진 금융당국
입력 2025.10.01 07:00
    인가 '막차' 앞두고 증권사 긴장감 고조
    타사 공개 비교까지…노골화하는 신경전
    신용등급 하향·사고 이력…심사 변수 산적
    당국, 정책 드라이브 속 '속도·조건'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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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이 IMA(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 인가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을 금융정책의 핵심 기조로 내세운 만큼 업계 전반에선 최대한 많은 증권사들에 사업 인가를 내줄 것이란 관측이 현재까진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각사가 앞다퉈 인가가 나기 전부터 자신들의 강점을 홍보하고, 경쟁사를 공개적으로 견제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당국 내부에서는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책 방향은 우호적이지만, 심사 과정이 '과열 경쟁'에 휘둘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부담이라는 평가다.

      현재 정부의 방침은 분명하다. 종투사에게 저비용 조달 수단을 열어주고, 이를 벤처·중소기업·신산업 분야 등 모험자본으로 흘려보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조달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에 의무 공급하도록 규정했고, 이 비율은 향후 2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가를 받지 못하면 수년간 사업 확장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실제로 내년부터는 심사 요건이 강화돼 2년 이상 종투사 실적, 대주주 제재 이력, 자기자본 요건 충족 여부 등이 본격 반영되면서 사실상 올해가 인가 '막차'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경쟁 구도가 과열되면서 '여론전'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더라도, 각사가 모험자본 공급 능력과 내부통제 우위 등을 앞세우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인가를 앞두고 미묘한 힘겨루기가 노골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경영진은 외부 행사에서까지 경쟁사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당국은 최근 심사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각 증권사별 담당 실무진을 불러 입단속을 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업계의 표적이 됐다. 상반기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지만, 최고경영자(CEO)가 채용박람회에서 타사와 매출 구조를 비교한 내용이 도마 위에 오르며 다소 불편한 모양새가 연출됐다는 평사다.

      여기에 최근 무디스가 한투의 신용등급을 Baa3로 한 단계 낮추며 상황은 복잡해졌다. 단기조달-장기투자 구조의 불균형과 높은 위험 선호가 문제로 지적됐는데, 이는 발행어음·IMA 심사에서 핵심 점검 항목인 '위험관리 능력'과 직결된다. 

      일각에서는 신용등급 하향이 인가 심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스탠다드앤푸어스(S&P) 및 일본 JCR 등 타 글로벌 신평사 신용등급 및 전망은 상향됐다는 점을 들어 신용등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지원사들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신한투자증권은 ETF LP 업무 손실 사태의 여파가 남아 있고, 키움증권은 김건희 여사 집사 게이트가 부담이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도 내부통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고, 하나증권 역시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걸려 있다. 발행어음 시장에만 5곳이 동시에 뛰어들었지만, 각자 짚이는 약점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순차 인가'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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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정해둔 이상 인가 자체를 미루긴 어렵다. 실제로 금감원은 9월 IMA 신청사 현장실사에 착수했고, 발행어음 인가 PT도 이달 예정돼 있다. 조직개편 혼란 속에서도 다른 업무는 속도 조절을 하면서, IMA와 발행어음 인가 절차만큼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금융위와 금감원 간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된다. 금융위는 인가 확대라는 큰 방향성을 강조하며 속도를 내자는 입장이지만, 금감원은 최근 증권사 사고와 리스크 관리 문제를 의식해 심사를 더 촘촘히 들여다보자는 태도를 보였다. 이후 금융위는 "금감원과 이견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심사 강도가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건부 인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KB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때 채용비리 수사 리스크를 감안해 조건부 승인을 받은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특정 증권사에 대해 유사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변수는 시장 파급력이다. 인가가 한꺼번에 늘어나면 향후 수년간 수십조원대의 모험자본 의무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선 환영할 일이지만, 반대로 회사채 시장 금리 왜곡이나 특정 섹터 쏠림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당국이 속도 조절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당국은 모험자본 확대라는 정책 방향과 시장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업계의 과열 경쟁은 당국을 더 보수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결국 인가를 내주긴 하겠지만, 무리하게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걸 경계하는 기류가 뚜렷하다"라며 "결국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같은 기본기를 갖춘 곳이 인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