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등 시 추가 성과 가능…시장 기대는 보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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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가 6개 증권사와 8000억원 규모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에는 단순 수수료 외에도 주가 상승분의 일부를 증권사와 나누는 이익 공유 조항이 포함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질적 성과는 향후 2년간 에코프로비엠 주가 흐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4일 에코프로는 이사회를 열고 에코프로비엠 주식 673만9680주(6.89%)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PRS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등 6곳이 참여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연간 수수료율은 5%대다. 이로써 에코프로의 에코프로비엠 지분율은 45.6%에서 38.7%로 낮아졌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의 파생상품 계약이다. 계약 기간 동안 기업은 투자자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종료 시점에 기준가격 대비 주가 변동분을 정산한다. 주가가 기준가보다 하락하면 증권사는 손실분을 에코프로로부터 보전받는다.
이번 거래는 낮은 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애초 7000억원 조달 계획이었지만 증권사들 사이에서 1조원 이상이 모일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고, 이에 최종 조달 규모가 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통상 PRS 계약의 수수료율이 회사채 조달 금리보다 1~1.5%포인트 높게 형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번 계약 수수료율은 5% 중후반으로, 당시 민평금리(4.8~4.9%) 대비 1%포인트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초 알려진 5.85%보다 소폭 낮게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을 끈 핵심은 거래 구조다. 일반적으로 PRS는 만기 시 기초자산 주가가 기준가를 웃돌더라도 그 초과분은 전부 기업 몫이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매각 차익의 10%를 증권사와 나누는 이익 공유 조항이 담겼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연간 수수료 외에도 주가가 10% 오를 때마다 1% 수준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사실상 에코프로비엠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구조다.
에코프로가 증권사들의 이익 공유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조달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증권사가 이익 공유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기업이 수용하는 경우가 드물어, 실제 계약에 반영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는 평가다.
따라서 증권사들의 실질 성과는 에코프로비엠 주가 향방에 달려 있다. 낮게 책정된 수수료를 주가 상승에 따른 매각 차익으로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11만5000원으로 계약 기준가(11만8700원)에 못 미치고 있다. 증권사가 의미 있는 추가 수익을 거두려면 향후 2년 동안 주가가 상당 폭 반등해야 한다. 계약기간 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다면 10% 수준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주가 전망을 두고 증권가 시각은 엇갈린다.
NH투자증권은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와 현실적인 증설 계획을 반영해 2026~2027년 양극재 판매 추정치를 각각 10%, 14% 낮춰 잡았다. 3분기 매출액 8113억원, 영업이익 398억원으로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며 단기 실적 모멘텀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반면 흥국증권은 유럽향 출하량 회복과 함께 2026년 연간 양극재 출하량이 11만톤까지 늘어나면서 고성장 궤도 복귀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별 전망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인 기류는 보수적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최근 6개월간 증권사 평균 목표가는 13만1077원으로, 직전 6개월 평균치(15만1000원) 대비 13% 넘게 낮아졌다. 에코프로비엠 주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점차 하향 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 에코프로 측 관계자는 "PRS 계약과 대규모 자금 조달 성공 이후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성장성과 경쟁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PRS는 낮은 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목표액을 웃돌며 증권사 참여가 이어진 만큼 조달 자체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며 "성과의 무게 중심은 결국 주가 흐름에 달려 있겠지만, 시장이 일정 부분 에코프로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