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규모 크면 할증" 수수료 체계 손보는 한기평…신평사 전반으로 번질까
입력 2025.10.01 07:00
    2026년부터 기본 수수료·건당 한도 인상
    평가 수수료 검토 정례화…업계 전반 퍼지나
    "인건비·물가상승률 감안시 수수료 인상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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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기업평가가 2년 주기 평가 수수료 검토라는 정례적 수수료 조정 계획을 내놨다. 수수료 인상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일정 주기로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대응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한기평은 오는 2026년 1월1일부터 평가 수수료 개편안을 적용한다. 이번 개편안은 기본 수수료를 인상하되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할증되는 구조다. 회사채 또는 기업신용등급(ICR)인 장기등급 수수료와 기업어음(CP) 또는 단기사채인 단기등급 수수료를 전 구간 인상했다. 또 수수료 건당 한도도 올렸다.

      다만 공기업과 중소기업은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변화 폭을 최소화했다. 발행 시장에서의 공공성과 자금조달 취약성을 감안한 조치다.

      이번 개편안은 단순히 수수료를 올리는 차원을 넘어 제도적 정례화를 도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해외 주요 신평사들이 매년 혹은 일정 주기로 인상률을 공표하는 체계를 갖춘 것과 유사하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개별 회사가 필요할 때마다 인상 여부를 결정해 왔다는 점에서 제도 운영 방식의 변화로 평가된다.

      한기평은 "향후 발행시장의 성장과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2년 단위로 수수료 체계의 적정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시장의 성장과 변화에 대응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수수료 체계 일부를 개편한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의 이번 결정에는 발행 시장 확대와 신평사의 업무 강도가 높아진 현실도 반영돼 있다. 2022년 이후 회사채 발행 규모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발행 규모로만 ▲2022년 47조9153억원 ▲2023년 61조3636억원 ▲2024년 78조2467억원 ▲2025년(1월1일~9월25일 기준) 75조1025억원 등의 순이다. 올해 연말까지 세달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난해 발행 규모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채권 종류가 다변화하면서 신평사들의 모니터링 난이도가 한층 높아졌다. 또 발행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평가 및 사후 관리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한기평의 개편안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지난해 한 차례 수수료 인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당장 추가 인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수수료 검토 정례화가 업계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 3대 신평사 간 수수료 체계는 대체로 유사하게 움직여왔다는 점에서 제도 정례화가 확산할 경우 향후 기업들의 발행 비용 구조에도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신평사 관계자는 "인건비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했을 때 영업이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수료율 인상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행 규모가 큰 회사도 공수(工數)가 많이 들어 봐야할 것들이 많다"며 "최근 발행이 이뤄진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등 새로운 상품이 늘어나는 점도 모니터링 난이도를 높인다"고 했다.

      발행 기업들이 느끼는 수수료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들이 체감할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대기업 발행사의 경우 건당 수수료 한도에 막혀 일정 금액 이상 조달이 이뤄질 경우 사실상 할인 효과를 누려왔다는 설명이다.

      한 신평사 임원은 "조 단위로 발행이 이뤄져도 건당 수수료 한도 때문에 오히려 대기업의 경우 수수료율이 낮아지게 된다"며 "대기업이 제값을 내야 정당한 시장 구조이며, 중소·중견기업들의 부담이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