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우發 M&A 변호사 영입전…더욱 중요해진 '허리 기수' 진용
입력 2025.10.02 07:00
    화우, 실적 상승에도 M&A 부문에선 아쉬움
    종합로펌 도약 위해 경쟁사 변호사 영입 중
    고객과 호흡 맞춘 연수원 30기대 인력 주목
    대형 로펌 대부분 중량급 인사 라인업 갖춰
    갈수록 전문성 약화…차기 스타 나올까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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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법무법인 중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곳은 화우다. 작년 매출 증가율은 20%에 달했고, 올해는 3000억원대 진입을 목표로 한다. 금융규제, 경영권 분쟁, 각종 소송 분야에서 성과를 냈는데 M&A에선 상대적으로 주춤했다. 노무·인사, 세무 등 지원 역량이 경쟁사 대비 취약해서다. 화우의 1조원 M&A 시대를 열었던 김성진 변호사가 작년 율촌으로 떠나며 자문 기능이 더 약화했다.

      화우는 올해 M&A 전문 변호사 영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진정한 종합 법무법인으로 가기 위해선 자문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상반기 중 1세대 기업법무 전문가인 윤희웅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를 미래전략기획단장으로 영입했다. 세종 출신 류명현 외국변호사는 오랜 연이 있던 안상현 자문그룹장(30기)의 권유로 화우에 합류했다.

      하반기 들어선 이진국 변호사(30기)를 영입했다. 이 변호사는 드물게 M&A와 IPO 모두에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로서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윤희웅 대표변호사는 수년간 공을 들였던 김영주 변호사(35기) 영입에 성공하며 사모펀드(PEF) 자문 분야를 보강했다. 화우는 자문 변호사 라인업을 채우기 위해 추가 영입에 나설 계획이다.

      주요 M&A 자문 시장을 나눠 갖고 있던 5대 로펌들도 화우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우의 M&A 지원 역량이 아직 부족한 만큼 당장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면서도 주축들에 화우의 영입 제안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한창 일을 많이 수행하던 변호사가 이동하면 고객들이 이탈하고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 로펌들은 최근 자본시장 침체로 M&A에서 큰 재미를 못봤다. 역설적으로 실력있는 중량급 변호사들엔 일이 몰렸다. M&A 호황기에 주축으로 올라선 연수원 30기 중후반대 변호사들이다. 몇 해 사이 수많은 전문가가 이탈하면서 남은 인사들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M&A는 변호사의 '기수'보다는 '기능'이 더 중시되지만, 그럼에도 해당 기수들이 촘촘하게 있어야 시장과 고객의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김앤장은 M&A 부문의 절대 강자다. 워낙 인력 풀이 넓은 만큼 비어있는 기수를 찾기 어렵다. 임신권·권윤구(이상 30기), 정연박(35기), 박병권(36기) 등 주축들이 PEF 시장으로 이탈한 공백을 무난하게 메꿨다. 이영민(33기), 최희준(34기), 김완석(35기) 변호사들이 중심을 잡는 가운데 김태오·안희성·박재홍(이상 39기) 변호사도 뜨고 있다. 주로 M&A에만 집중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산업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보이는 변호사가 많다.

      문호준 대표변호사가 이끄는 광장 기업자문그룹은 구대훈·김경천·홍성찬·김종욱·이형수 등 35기 변호사들이 중추다. 올해 에이스로 꼽히던 이승환 변호사(36기)가 이탈했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자문 실적을 쌓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기업 고객 자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M&A 자문 분야에서 절대 강자 김앤장을 위협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태평양은 김목홍(33기), 이오령(34기) 변호사가 중추다. M&A에만 집중하며 배달의민족, 지마켓코리아 등 태평양이 자문한 대부분의 랜드마크 거래에 이름을 올렸다. 조성민(34기), 김방현·안현철(35기), 오명석(36기) 변호사는 대기업 자문 전문이다. PEF는 장호경(38기)·정윤형(39기) 변호사가 주로 맡는다. 서정규, 박지영, 박준우, 황유진 등 외국 변호사도 아웃바운드 거래에서 주목받고 있다.

      율촌은 경험이 풍부한 파트너들이 30기 초반부터 후반까지 촘촘하게 배치돼 있다. 이진국 변호사의 이탈이 아쉽지만 김성진 변호사를 필두로 김건(33기), 황규상(33기), 이수연(34기) 등 쟁쟁한 변호사가 많다. 특히 PEF의 경우 설립부터 투자, 회수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위춘재 변호사(38기)는 그룹 안에서 손꼽히는 수임 실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도 30기 중후반 라인업이 쟁쟁하다. 정혜성(35기) 변호사가 에이스로 꼽힌다. 꼼꼼한 일처리를 바탕으로 고객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지원(34기), 홍수희(37기), 안혜성(38기), 송수영(39) 변호사 등 중량급 여성 파트너가 많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수균·조중일(이상 36기) 변호사는 주목도 높은 거래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대형 법무법인들의 라인업을 살펴 보면 당장 이름값이나 업무 수행력에서 부족함이 없다. 주요 고객들과 십 수년 길게는 20년씩 손발을 맞춘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로펌 간 분배나, 이해상충 문제가 아니면 가장 먼저 고객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 호황기가 지나고 '새 얼굴'보다는 '익숙한 인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정년 연장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이후다. 지금 주축들은 쟁쟁한 선배들로부터 도제식으로 M&A 실무를 배웠다. 그러나 아래 연차로 내려갈수록 업무 전문성이 약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참 변호사들은 주니어 변호사보다 인공지능(AI)을 쓰는 게 편하다 하고, 기업들도 AI를 쓸 수 있는 자문은 수수료를 깎기 바쁘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일찍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차세대 스타 자문 변호사가 나오기 점점 힘들어지는 환경이다.

      한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지금 이름이 알려지는 변호사도 실제로 만나 보면 업무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갈수록 변호사들이 업무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어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