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은 '롤백' 한다지만...멈추기 힘든 카카오의 '수익성 드라이브'
입력 2025.10.01 14:44
    평판보다 수익성, 김범수 없는 카카오의 새로운 길
    친구탭 개편 역풍에도…증권가 "실적 개선 확실"
    광고 단가 10%↑·체류시간 확대…목표주가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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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친구목록은 롤백(이전으로 복구)하기로 했지만, 이미 판 전면광고, 동영상광고까지 롤백할 수 있을까요? 회원 수 대비 저조했던 카카오톡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는 나왔고,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이런 방향성을 되돌리진 않을 겁니다."(한 중견 자산운용사 대표) 

      카카오가 15년 만에 대규모 개편을 단행했다. 이용자 편의성보다 수익성 극대화에 방점을 찍은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범수 의장이 이끌던 길과는 다른 방향이다. 달라진 카카오톡에 여론은 싸늘했지만, 수익성 증가가 가시화하면서 투자시장에선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너인 김 의장이 상당기간 법률 리스크로 인해 경영에 손을 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경영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지표는 결국 '수익성'이라는 분석이다. 광고 수익 극대화와 이용자 체류 시간 증가를 목표로하는 카카오톡의 개편 방향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경향이 카카오 그룹 전체로도 확산할 가능성 역시 언급된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if) 카카오 25'를 통해 카카오톡을 단순 메신저에서 인공지능(AI) 기반 SNS형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변화는 ▲탭 구조 개편과 ▲앱 내 AI 기능 강화 두 가지다. 광고와 AI 유료 구독을 양축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용자 반발은 거셌다. 친구탭이 SNS 피드처럼 개편되면서 메신저라는 카카오톡의 정체성이 흐려졌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카카오 주가는 발표 직후 6% 넘게 빠지며 6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업데이트를 총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를 향한 비판이 빗발쳤고, 결국 카카오는 발표 엿새 만인 29일 기존 친구 목록을 되살리기로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용자들과 주주들간의 시각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이용자들은 늘어난 광고와 사생활 침해 우려, 불편한 유저인터페이스(UI)로 인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주주들은 주가가 2021년 고점 대비 70% 가까이 떨어진 상황에서, 지난 3년여간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주가가 박스권에서 횡보한 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증권가의 반응 역시 광고 노출을 늘린 이번 개편에 대해 호평이 주류다. 대신증권은 목표주가를 7만5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높였고, 삼성증권도 목표주가를 6만7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올리며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체류 시간이 늘고 광고매출이 확대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특히 광고 수익 확대와 체류 시간 증대, 그리고 AI 플랫폼 확장을 주목했다. 카카오는 최근 2년 만에 계열사 45개를 정리하며 '문어발식 확장'을 멈췄는데, 정체된 상황에서 광고·AI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냈다는 평가다. 이용자 불편보다 수익성 극대화를 우선하는 선택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셈이다.

      광고 전략의 핵심은 숏폼이다. 숏폼 지면은 그동안 카카오톡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체류시간 감소를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톡의 일평균 체류시간은 22분 수준으로, 주요 SNS에 비해 현저히 낮다. 카카오는 메신저로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만큼 숏폼을 통해 광고 단가와 체류 시간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증권가는 신규 광고 단가가 기존보다 최소 10%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구독료 확대도 시장이 기대하는 하나의 축이다. 대신증권은 카카오톡 이용자 4930만명 중 챗GPT 적용 가능 비율을 62%로 잡고, 이 가운데 10%가 유료 구독으로 전환하면 내년 구독 매출이 올해보다 66.2% 증가한 4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도 2027년까지 연 5000억원 이상의 AI 구독 수익을 예상했다.

      친구 목록을 4분기 중 이전 버전으로 되돌리기로 했지만, 이용자 불만은 여전하다. 숏폼 영상이 기본값으로 자동 재생되는 점,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콘텐츠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카카오는 지난 27일 '지금탭(숏폼)'에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 메뉴를 신설하고 신청 절차도 간소화했지만, 거부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기관투자자는 "개인 이용자로서는 카카오톡 개편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불가피한 결정으로 본다"며 "AI의 경우 카카오가 직접 개발하지 않아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며, 투자자들 역시 이 부분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카카오톡 개편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닐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김범수 의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연초 중용한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이 보여준 첫번째 방향성인 까닭이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1일 "임원의 강력한 의견 개진만 존재한다면 그건 그저 악성 톱다운 문화에 불과하다"며 카카오의 현 상황을 빗댄 듯한 글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카카오 직원들 역시 홍 CPO의 리더십에 대해 불만스러운 의견과 이와 관련한 내부 사정을 지속적으로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다만 홍 CPO가 그간 카카오톡이 숙원이자 금기였던 광고의 '선'을 뛰어넘은 건 사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전체 화면 사이즈 광고, 동영상 광고, 친구 목록 광고를 모두 실현화한 것이다. 홍 CPO 선임 이후 지난 6개월간 제품 관련 조직 구성 자체가 크게 변했고, 이로 인해 홍 CPO를 당장 대체할 대안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카카오는 거의 전국민을 고객으로 확보하고서도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정체돼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때 O2O(Online-to-Offline)을 기치로 내걸고 많은 서비스를 런칭, 수익화에 나섰지만 눈에 띄는 성장동력을 찾는 덴 실패했다. 여기에 미래 전략을 제시해야 할 오너까지 부재중인 상황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인 '광고'로 돌아가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은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김범수 없는 카카오 그룹의 한 방향성을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보여줬다고 본다"며 "전문경영인들이 당장의 수익성 증대를 최대 목표로 삼고, 이 과정에서 인센티브 등 개인 이익 역시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