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PT 앞둔 무신사 IPO, 제안서부터 밸류 두고 '총성 없는 전쟁'
입력 2025.10.01 14:54
    숏리스트 선정 증권사, 밸류 접근·산정 전략 '대비'
    시장 컨센서스 10조 안팎…자사주 거래선은 3.8조
    '고평가' 논란 속 국감 변수…정무 리스크가 시험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의 조 단위 대어(大魚)인 무신사의 적격후보(숏리스트)에 오른 증권사마다 공모가 가치산정(밸류에이션) 방식과 접근법이 엇갈리면서, 누가 최종 주관사로 낙점될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밸류에이션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치열한 경합 구도를 만든 셈이다.

      무신사는 지난 8월18일 각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고, 지난달 19일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이후 열흘 만에 숏리스트를 확정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한국투자·KB·삼성·신한투자·하나증권이 포함됐으며, 골드만삭스·씨티·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더해 국내외 주요 하우스 십여 곳이 경쟁에 나섰다.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입찰제안서에 증권사들이 제시한 밸류에이션 접근 방식이다. 증권가에서는 벌써 일부 증권사가 20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사자로 지목된 증권사는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이전부터 다소 무리라고 평가받던 '10조원' 수준의 공정가치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제시한 것으로 확인된다.

      무신사는 상장 시기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밸류 시나리오를 따져 산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수 제안서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주 활용되는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을 기준으로 한 산정이 활용됐다. 

      일부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주가매출액비율(PSR)을 혼용했고, 보수적 접근을 택한 하우스들은 이익 창출력 검증을 중시하며 전통적인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숏리스트에 오른 하우스들의 제안서만 봐도 각 증권사가 어떤 전략과 색깔을 띠고 있는지가 드러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증권사 IPO 실무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출만으로 고밸류를 주장하는 방식은 설득력이 떨어졌다"며 "PSR 방식을 차용했다는 건 그만큼 이번 주관사 PT의 승부처를 높은 기업가치로 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관사 PT 전부터 증권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무신사가 크래프톤 이후 찾아보기 힘들었던 '중복상장 리스크가 없는 대어급 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년간 다시 찾기 어려운 기회인 만큼 증권사들이 물러설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시장 컨센서스는 여전히 신중론에 가깝다. 현재 무신사의 적정가치로 거론되는 구간은 10조원 안팎이며, IPO 특성상 할인율을 적용하면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약 7조~8조원 수준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무신사는 지난달 말 임직원을 대상으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교부하며 자사주 5만여주를 처분했다. 당시 주식의 주당 처분 단가는 1만9234원으로, 전체 주식수를 기준으로 하면 3조8800억원 수준의 가치로 거래가 이뤄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9월에 회사의 공정가치를 3조8800억원이라고 평가해놓고, 반 년 뒤 상장하면서 10조원 이상의 밸류를 시장에 요구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일부 제안서에서 가치평가가 공격적으로 진행됐을순 있지만, 공모 과정에서 합리적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도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초저가 기초 화장품 라인을 출시하며 뷰티 시장에 진출했고, 연말에는 상하이에 첫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해 IPO 과정에서 제시된 높은 몸값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주관사 프레젠테이션(PT)은 추석 연휴 이후인 10월 셋째 주에 열릴 예정이다. PT에서는 단순한 밸류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해외 투자자 스토리텔링, 수요예측 역량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추석 이후 열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점은 새로운 변수다. 플랫폼 수수료·정산 구조, 불공정거래 논란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과거 세무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스' 등 일부 기업이 국감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최종적으로 상장이 무산된 전례도 있어, 이번에도 '정무 리스크'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정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20조원 밸류가 회자되는 것도 결국 주관을 따내려는 증권사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며 "실제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대가 어디인지를 합리적으로 제시하는 주관사를 가려내는 게 진짜 시험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