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두나무 '빅딜'…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경쟁 불붙나
컨소시엄 발행 유력…입법 전부터 파트너 물색전 가속
'밀월 행보' 지속하는 하나금융, 두나무 은행 파트너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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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두나무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은행 파트너 확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제화가 본격화되기 전이지만 컨소시엄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주요 플레이어들이 미리 파트너십 구상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두나무와 하나금융은 최근 고위급 만남과 공동 사업 협력이 이어지면서 협력 관계가 두드러지고 있어, '은행 파트너' 자리를 하나금융이 선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품는 방식의 전략적 제휴 논의가 진행되면서, 은행권에서도 이번 '빅딜'을 주목하고 있다. 양사의 결합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합종연횡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금융당국과 국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컨소시엄' 모델을 유력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선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화를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위는 추석 연휴 이후인 17일께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민주당 의원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법안 내용이 공식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컨소시엄 형태가 유력한 만큼 물밑에선 파트너를 구상하기 위한 업계 간 물색전에도 불이 붙고 있다.
업계에선 추후 두나무와 네이버의 합병 가능성을 고려할 때 양사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위 거래소인 업비트를 갖고 있는 두나무, 그리고 막강한 플랫폼을 갖고 있는 네이버가 있는 컨소시엄은 막강한 우위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자 양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어떤 은행과 손을 잡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법안이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 나름대로 예측이나 짐작을 하면서 미리 준비를 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물리적인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다들 파트너 물색에 힘을 싣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과정에서 업계는 하나금융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두나무와 하나금융 고위급 간 만남이 이어지면서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하나은행의 '하나인증서'를 2채널 인증수단으로 도입했고, 지난 7월에는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과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이 함께 베트남 총리를 만나 가상자산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도 양사의 '밀월' 관계는 눈에 띄었다.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과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사장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동행하는가 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가상자산 시세조회' 서비스도 신규 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은행이나 증권, 하나금융TI 등 비은행 계열사를 활용하는 방안, 두나무와 협력하는 방안 등 여러 방면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독자 노선'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두나무가 어떤 형태로든 전략적 동행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관련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금융위 안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 양사의 협력 관계가 진척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컨소시엄 형태의 자회사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하게 될 경우 하나의 컨소시엄에 한 개의 은행이 포함될지, 두 개가 포함될지 등 세부사항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권 다른 한 관계자는 "아마 대부분의 은행들이 두나무, 네이버와 손을 잡고 싶어할 것"이라며 "두나무 네이버가 하나의 법인이 되면 컨소시엄 구성 시 지배력 문제로 15%~20% 수준의 지분을 갖게 될 텐데, 만약 모든 참여자들이 같은 지분을 갖는다고 가정하면 6~7곳이 참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나무 입장에서는 굳이 하나의 은행과 협력관계를 맺을 필요성이 크지 않다"라며 "모든 은행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