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환만 돌아가는 인수금융 시장…4분기 주선 경쟁은 더 치열?
입력 2025.10.02 11:14
    M&A 기지개 켰지만…인수금융 수혜는 아직
    리파이낸싱 비중 65%…"신규 거래는 내년 기약"
    신규 플레이어 본격 진입에 주선 경쟁 심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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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규 인수금융 확대 기대와 달리 3분기는 차환(리파이낸싱) 거래가 우세했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리파이낸싱 중심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당시 시장 참여자들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신규 인수금융 주선 실적이 늘어날 가능성이 클 거란 예측이 우세했다. 6월 대통령 선거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걷히며 전방 M&A 시장이 본격 기지개를 켤 거란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굵직한 M&A 거래가 잇따라 성사됐다. 다만, 후방 인수금융 시장까지 그 수혜가 온전히 확산하지는 못했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후행적으로 집행되는 인수금융의 특성상 하반기 M&A 실적이 올해 인수금융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맥쿼리자산운용이 보유한 DIG에어가스 지분 매각은 올해 M&A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에어리퀴드가 5조원에 육박하는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에어리퀴드는 국내 인수금융 파트너를 확정하지 않았다. 에어리퀴드가 추후 인수금융을 조달해 국내 주선사 실적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인수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고 있어 결론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인수금융 주선사에 KDB산업은행·우리은행·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KB국민은행·KB증권 등이 참여한다.

      조 단위 거래 가운데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큰 거래로는 메리츠증권이 주관하는 SK이노베이션의 3조원 규모 LNG 사업 유동화 작업이 꼽힌다. 우리은행이 2조4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인수금융 대표 주선사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SPA를 체결한 M&A 딜들은 연내 딜 클로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 관련 정보가 돌지 않는다"며 "인수금융 주선기관도 대부분 올해보다는 내년 초에나 인수금융을 주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4분기 인수금융 시장도 리파이낸싱 거래가 주를 이룰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리파이낸싱 거래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M&A 인수금융 리그테이블 집계 결과에 따르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전체 모집주선금액(약 33조3178억원) 대비 리파이낸싱 비중이 63.7%를 기록했다.

      신규 주선 실적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다. 3분기 신규 거래 중 인수대금 규모가 큰 순으로 ▲한국플랜트서비스(약 4300억원, 칼리스타캐피탈·산은인프라자산운용 컨티뉴에이션펀드 조성)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약 4200억원, 소시어스 컨소시엄 인수) ▲삼화(약 4100억원, KKR 인수) 등이 있다.

      신규 일감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데 주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거란 예상이 나온다.

      전통 대형 증권사 외에도 새로운 증권사가 인수금융 주선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메리츠증권과 대신증권 등은 올해 초 인수금융 부서를 신설·확대했으며, 점차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IMA(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간접적으로 주선 경쟁이 심화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조달 창구가 늘어나며 인수금융에 사용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질 거란 이유에서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5%대 전후며 일부 리파이낸싱 및 인프라 성격의 거래에서 4% 후반 금리도 보인다"며 "인수금융 주선 경쟁이 심해지면 금리 인하나 수수료 인하 등의 방식으로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