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리츠들, 기관發 부동산 에쿼티 출자 앞두고 자산 확보 경쟁 치열
입력 2025.10.04 07:00
    House 동향
    양질의 자산 선점 위해 신규 매입 적극 검토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JV와 우량 자산 투자
    삼성FN리츠, 잠실빌딩 우선매수협상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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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업계가 자산 확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에쿼티 투자금 조성에 나서면서 시장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관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경우 리츠들의 자산 규모와 수익성 확대에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동안 기관들의 대체투자 자금은 후순위 대출과 우선주 등 메자닌(Mezzanine) 위주로 배분됐으나, 최근 들어 직접적인 부동산 에쿼티 투자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과거 금리 인상,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로 투자 집행을 축소했던 시기를 벗어나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재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은 코어(Core) 및 코어플러스(Core+) 에쿼티 자산에 투자하는 1차 블라인드 펀드의 위탁운용사 3개사를 선정해 각각 2500억원을 위탁했다. 우정사업본부도 코어 및 코어플러스 자산으로 5000억원 규모 펀드를 설정했다. 코어 및 코어플러스 펀드는 국내 핵심 권역에 있는 자산에 투자해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상장 리츠 운용사들은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하기 전 양질의 자산을 선점하기 위해 매입 검토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이 가까워졌다는 전망까지 맞물리면서 자산 확보 시점이 늦어질 경우 매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결국 공급보다 수요가 앞서게 돼 우량 자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상장 리츠가 선제적으로 물건을 확보해야 차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 리츠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유동성이 제한된 시기에 중소형 프리미엄 오피스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관투자자와의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우량 자산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상장 리츠 단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또 공동 투자 구조를 짜면 자금 조달 부담은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투자운용을 담당하는 윤주원 이지스자산운용 상무는 "유상증자 후 차입금을 상환할 경우 다음 자산 편입 시 리츠에서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차입금은 700억원 수준"이라며 "삼성중공업 판교R&D센터처럼 기관과 공동 투자를 할 경우 최대 6700억원 규모로 신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와 국내 부동산 투자를 준비 중에 있는 주요 기관 투자자의 자금 유입으로 시장 가격이 상승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FN리츠도 움직임이 분주하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잠실빌딩에 대해 우선매수협상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이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우량 자산을 그룹 내 리츠로 이전해 안정적 임대수익 기반을 확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해당 매입이 성사될 경우 삼성FN리츠의 자산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질 뿐만 아니라, 향후 추가적인 그룹 계열 자산 편입 가능성까지 열어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형진 삼성SRA자산운용 팀장은 "삼성그룹사와의 시너지 창출, 우량 임차인 확보, 운영상의 변동성을 최소화해 리츠의 안정성을 더 강화할 것"이라며 "주가 안정과 주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상증자 없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잠실빌딩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롯데리츠 등 다른 리츠들도 자산 편입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기업 스폰서 리츠인 롯데리츠는 롯데그룹 내 우량자산 편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연내 3000억원 규모 신규 자산을 편입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