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이후 본격 실사, 연내 SPA 체결 목표
SK, 한앤코·MBK 등 국내 PEF와도 협상 병행 중
반도체 소재 확보해 그룹 현금창출력 높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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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전에 공식 참여하며 반도체 소재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인수설을 부인하며 시장 관심에서 한 발 물러섰던 모습과 달리, 이번에는 "검토 중" 입장을 밝히며 진지한 접근을 시사했다. 그룹 차원에서 자금 여력 확보 및 포트폴리오 정비가 마무리된 가운데, 현금창출력과 이익 기반 보강을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SK실트론 인수를 위해 SK그룹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약 70%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29.4% 지분은 제외됐다. 현재 두산과 SK 측 모두 외부 자문사 없이 직접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실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두산 측은 이달 중순 이후 본격적인 실사를 시작하고, 연말까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그룹은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 등과의 협상도 병행하고 있다.
SK실트론은 지난해 연간 EBITDA 7000억원 수준의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공급사다. 기업가치(EV)는 약 5조원으로 평가되지만, 차입금 규모를 감안하면 지분 100% 가격이 2조~3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래 난이도는 낮지 않다. 주요 주주 협상, 경영권 인수 조건, 가격 산정 등 복합 변수가 존재할 수 있다. 실사 과정에서 숨겨진 부채나 장기 계약 조건이 드러날 경우 밸류 조정도 불가피하다.
이번 인수전에서는 한앤코와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가 경쟁자로 거론되지만, 시장에서는 두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앤코는 SK해운과 SK스페셜티 등 SK그룹 관련 딜을 다수 진행한 부담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기존 인수전에서 낮은 기업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자금 여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비교적 여유 있게 접근할 수 있다. 현재 박정원 회장의 장남인 박상수 ㈜두산 수석이 지주 산하 CSO(Chief Strategy Officer) 신사업 전략팀에 합류해 반도체 사업 M&A를 총괄하고 있다.
SK실트론은 글로벌 과점 구조를 갖춰 반도체 업황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매물이다. 현재 두산그룹 계열사 가운데 전자BG와 에너빌은 성장성이 높지만 수익 기여도는 제한적이라, 실제 현금창출력은 밥캣에 의존하는 구조다.
두산그룹은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글로벌 과점 구조를 가진 소재 기업을 확보함으로써 전방 산업 성장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거래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한 만큼 재원 확보와 설계가 관건이지만, 최근 지주사 체제 조정 과정에서 일부 자금을 확보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2주 전까지 답보 상태였던 딜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SK실트론은 이익 규모와 밸류 측면에서 두산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매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