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 벽에 막힌 금융지주 캐피탈사…출자 '선택과 집중' 고민
입력 2025.10.04 07:00
    취재노트
    RWA 규제에 금융지주 캐피탈 출자 위축 여전
    한도 쪼개다 보니 ‘덜 매력적인 딜’만 참여해
    "좋은 딜에 집중해야 하나" 투자 전략 고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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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도 4분기만을 남긴 가운데 사모펀드(PEF) 출자 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연기금이 잇따라 출자사업에 나서고 성장금융·산업은행 등 정책형 자금도 움직이고 있어 기대감은 있지만, 체감 현실은 냉랭하다.

      특히 전통적으로 프로젝트 펀드 출자의 핵심 축이었던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이 지갑을 닫은 영향이 크다. 이들은 바젤Ⅲ 규제에 따른 RWA(위험가중자산) 한도에 막혀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펀드에 출자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젝트 펀드뿐 아니라 블라인드 펀드 등 PEF 출자가 모두 ‘위험군’으로 분류되면서 사실상 신규 출자가 중단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JB모건'이란 별명이 생긴 JB우리캐피탈 등이 그나마 출자에 나서고 있다. KDB캐피탈·IBK캐피탈·과학기술인공제회 등 RWA 제약이 덜한 기관들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금융지주 계열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소수의 출자자와 일부 딜에 투자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지주 캐피탈사들은 그룹 차원의 RWA 관리로 인해 예전만큼 출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 관리와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가 주요 업무라는 설명이다. PF 공백은 사모 회사채 등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가 일부 메우고 있기도 하다.

      물론 아예 PEF 등 소위 ‘위험군’ 투자에 신규 자금을 집행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정된 한도 내에서 투자를 진행하다 보니, 본부나 담당자별로 배분되는 투자 여력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참여 규모가 작으면 그만큼 핵심 투자자로 나서기 어렵고, 수익성이나 딜 주도권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경영진 역시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고민이 깊다. 유망한 딜에 투자하려면 앵커 LP 등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여력이 부족하고, 한도를 여러 본부와 담당에 나누다 보면 결국 규모가 작은 ‘덜 매력적인’ 딜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내세워 RWA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제로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단계다. 특히 사모펀드 출자에는 이러한 완화 조치가 크게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출자 재개는 아직까지 ‘미정’인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 캐피탈사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들어오는 여러 딜 중 ‘좋은 딜’을 선택해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각 담당자를 챙기다 보면 한도를 나눠줄 수밖에 없다”며 “출자 규모가 작은 경우 수익성이나 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RWA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는 하지만, 실제 은행 및 금융지주의 투자 여력이 얼마나 확대될지는 미지수고, PEF 등 위험군 투자 여력 회복은 더욱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