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공채, 호황기에도 '양극화'…대형사는 늘리고 중소형사는 관망
입력 2025.10.06 07:00
    증권사 대졸 공채 '대형사' 주도…세대교체·신사업 확장 대비
    중소형사, 공채 대신 산발 채용·구조조정…임직원 수 감소세
    "PF 부실·자본 한계 속 채용 및 인력 양극화 앞으로 심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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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증권업계가 증시 호황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채용시장에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온도차가 뚜렷하다.

      대형사 상당수는 올해 대졸(대학교 졸업자) 대상 공채를 진행하며 장기적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필요 직무 위주의 산발적 채용이나 구조조정 등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증시 활황의 그늘 속에서 구조적 격차가 채용시장에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대형사들의 공채 재개는 전방위적으로 나타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5급 신입사원 일반공채를 공고했다.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프로젝트파이낸싱(PF), 퇴직연금, 리서치 등 전 부문에서 인력을 모집하며 장기 육성을 전제로 한 채용이다. 

      KB증권도 IB·지점영업(PB)·IT 등 전 범위에 걸쳐 하반기 대졸 공채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증권은 WM·글로벌마켓운용·리서치 부문에서 신입을 모집했고, 키움증권 역시 정기 공채를 열어 전형을 진행 중이다.

      메리츠증권은 2010년 이후 15년 만에 대졸 공채를 부활시켰다. 경력직·수시채용 위주로 인력을 보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세대교체와 신사업 확장을 준비하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고연차 중심 조직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고 IB 등 전통 분야에서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예외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주로 수시채용 체제로 인력을 모집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대졸 공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대형사 전반에서는 ‘정기 공채’라는 전통적 채용 방식이 되살아나는 흐름이 뚜렷하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대형사에 비해 소극적이다. 아이엠(iM)증권과 DB증권 정도가 하반기 대졸 신입 채용 공고를 냈다. 유안타증권은 대졸 공채 대신 학력 제한 없는 지점 영업 신입과 경력직을 모집하는 산발적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증권 역시 2022년 이후 정기 대졸 공채를 중단했으며 올해도 별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직군에서만 소규모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한양증권은 HR부 인사 담당자를 채용했지만 이는 특정 부문 수요 대응 차원의 소규모 충원일 뿐 정기 공채와는 거리가 멀다. 다수 중소형사들이 이처럼 필요 직무 위주나 경력직 채용에 머물고 있다.

      일부는 오히려 인력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권고사직을 진행하며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한때 대졸 공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계획은 없다. 증권업계 호황기에도 인력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극화는 심화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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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통계에서도 차이는 분명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2만3519명으로, 지난해 말(2만3430명)보다 89명 늘었다. 메리츠증권은 72명, 키움증권은 100명 이상 증가했고, 삼성·신한·하나도 소폭 늘었다. 대졸 공채를 재개한 회사들을 중심으로 인력이 확대된 결과다. 

      반면 중소형사(임직원 230명 이상)는 같은 기간 9470명에서 9430명으로 줄었다. SK증권(853명→838명), 다올투자증권(351명→336명), 상상인증권(246명→231명), 유진투자증권(814명→799명), 한화투자증권(1086명→1071명) 등에서 인력이 감소했다.

      즉 대형사들은 공채를 통한 신규 충원으로 조직을 확대하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비용 절감과 몸집 줄이기에 집중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다. 업황 호조에도 채용에서는 양극화가 심화된 셈이다.

      이 같은 차이는 단기 업황보다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형사들은 발행어음, IMA(종합투자계좌) 등 신규 제도와 자기자본 확충을 바탕으로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PF 부실과 자본력 한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신용평가사 분석에 따르면 중소형사들의 PF 익스포저 중·후순위 비중은 대형사의 두 배 안팎으로 높아 손실 민감도가 크다. 고위험·고수익에 치중했던 하우스일수록 대손비용 부담이 커지고 신규 채용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런 격차가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본다. 대형사들은 세대교체와 디지털 전환, AI 투자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해 대졸 공채를 확대하며 조직 규모를 키우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제한적 수요 위주 충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PF 리스크와 자본력 한계가 완화되지 않는 한 정기 공채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장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대졸 공채를 유지·확대하는 반면, 현실적으로 중소형사들은 PF 리스크와 자본력 제약 탓에 정기 공채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증시 호황기에도 채용시장에서 양극화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업계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