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도 회사채 시장 불 안꺼진다…이슈어 19곳 줄줄이 등장
입력 2025.10.08 07:00
    최대 5.6조원 규모 회사채 발행 전망
    금융지주사·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 러시
    "남은 변수는 국내 실적 시즌 파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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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회사채 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10월 들어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이 마무리되며 발행시장 열기가 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예상과 달리 AA급 우량 기업부터 A급 기업들까지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4분기 초입까지 수요예측이 이어지며 기관 자금 유입도 활발한 흐름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에도 최소 19개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일정을 확정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집 예정액만 2조8710억원에 달하지만, 수요예측에서 나타난 초과 주문 행렬을 감안하면 증액 가능성이 크다. 증액 한도를 고려한다면 발행 규모는 최대 5조66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쯤되면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연휴 이전에 자금을 정리하고, 이후에는 북 클로징(Book Closing·회계장부 마감)에 들어가 4분기 발행 물량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 통상적 패턴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풍부한 유동성과 금리 인하 국면에서 나타난 조달 여건 개선이 맞물리면서, 연휴를 앞두고서도 기업들의 막바지 발행 러시가 이어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한국은행도 내달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증권사 DCM(채권발행시장)부서 관계자는 “추석을 기점으로 시장이 닫힐 것이라 봤는데 실제로는 분위기가 정반대”라며 “기관들의 매수 여력이 생각보다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 예정 기업들의 업종도 다양하다. 고려아연, 에쓰오일 등 전통 제조·에너지 기업부터 자본성증권을 통한 자본 확충 수요도 눈에 띈다.

      기업별로는 ▲SK인천석유화학(A+) ▲파라다이스(A) ▲우리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AA-) ▲미래에셋생명 후순위채(AA-) ▲연합자산관리(유암코·AA) ▲메리츠화재 후순위채(AA) ▲에쓰오일(AA+/AA 스플릿) ▲미래에셋증권(AA) ▲SK아이이테크놀로지(A) ▲BNK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AA-) ▲HS효성첨단소재(A) ▲고려아연(AA+/AA 스플릿) ▲한화시스템(AA-) ▲SK인텔릭스(구 SK매직·A+) ▲통영에코파워(A+) ▲한진칼(A-) ▲LS일렉트릭(AA-) ▲동양생명 후순위채(AA) ▲현대로템(A+) 등 19곳이 조달 계획을 세웠다.

      고려아연은 올해 두번째 공모채 발행을 이어간다. 3, 5년물로 총 3500억원 발행을 목표로 하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7000억원까지 증액 한도를 열어뒀다. 고려아연은 지난해부터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늘어난 차입금을 차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는 신종자본증권을, 미래에셋생명, 메리츠화재, 동양생명 등 보험사들은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적정성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서다.

      단골 이슈어인 SK그룹의 막바지 조달도 이어진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K인텔릭스 모두 2, 3년물로 1000억원씩 발행 계획을 세웠다. 두곳 모두 최대 2000억원씩 증액할 예정이다. 특히 SK인텔릭스는 국내 2위 렌털 기업 SK매직이 9년 만에 사명을 변경한 이후 첫번째 회사채 발행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관들이 4분기에는 거의 자금 집행을 안 했었다"면서도 "올해는 계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발행 창구가 무한정 열려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말 전후가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중순에는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실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이 시기에는 발행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10월 말까지 예정된 기업들이 조달을 마치면 이후에는 발행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남은 변수는 글로벌 금리 방향성과 국내 실적 시즌의 파급력"이라며 "내년에도 차환 물량 때문에 연초에는 발행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