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자금 필요한 셀트리온그룹 조달 방안 주목
홀딩스 나서 1조원 재원한도 확보 발표후 CB 발행
서정진 '자사주 유동화' 언급…"주주 의견 물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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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자금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 공장 인수와 연구개발(R&D) 비용 투입, 신규 사업 추진 등을 계획하는 상황에서 향후 필요한 자금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그룹은 기존에 셀트리온 주식을 활용한 대출은 물론, 전환사채(CB)를 비롯한 메자닌 발행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에 꾸준히 유입되는 현금도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습이다.
셀트리온그룹은 그동안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안으로 은행 차입을 활용해 왔다. 차입 규모가 늘어날수록 그룹의 부채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셀트리온의 유동부채는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3조66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해 10%, 전년 말과 비교해 27% 증가했다. 올해 들어선 단기금융부채가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셀트리온의 올해 상반기 기준 단기금융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든 2조4941억원이다. 직전 분기인 전년 말과 비교하면 16% 증가했다.
셀트리온이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에 속도를 내는 만큼 차입을 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소재 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하는 등 굵직한 투자 계획을 여럿 밝혔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공장 인수에만 1조4000억원을 쏟아야 한다. 보유 현금과 은행 차입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며, 향후 유상증자를 추진해 인수 주체인 미국 법인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공장 인수에 4600억원, 운영 비용에 2400억원, 증설 비용에 7000억원을 쏟는다.
셀트리온그룹의 보유 현금 규모를 살펴봤을 때 인수 자금의 절반 이상은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셀트리온이 보유한 현금은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올해 상반기 기준 6505억원이다. 공장 인수와 향후 운영, 증설을 위해선 상당한 자금은 보유 현금 외 차입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셀트리온은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향후 자금을 조달하기엔 용이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EBITDA(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살펴봐도 2020년 이후 꾸준히 8000억~9000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메자닌 발행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미국 공장 인수가 아니더라도, R&D 비용 투입과 자사주 매입 등에 자금을 쏟겠다 공언한 만큼, 그룹은 다각도의 재원 마련 방안을 찾는 모습이다. 앞서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는 메리츠금융그룹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셀트리온의 주식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는 셀트리온홀딩스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발행한 CB이기도 하다. 7년 전에는 임석정 전(前) CVC 한국회장이 조성한 펀드를 대상으로 CB를 발행했다. 발행규모는 2000억원이었다.
자사주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셀트리온그룹은 그동안 주주 가치 제고를 명목으로 지주사나 서정진 회장, 계열사가 나서 지속해서 셀트리온 주식을 매입해 왔다. 올해 그룹이 매입하는 자사주의 규모도 8500억원 정도다. 사실상 보유 현금 규모와 맞먹는 재원을 한해 자사주 매입에 쏟아붓는 셈이다. 그동안 셀트리온은 이렇게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해 왔다. 하지만 투자 재원을 확보할 방안을 찾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자금 마련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진 회장 역시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대신 일정 부분을 유동화하는 방안에 대해서 언급했다. 셀트리온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5% 정도다. 서정진 회장은 "자사주를 어느 정도 유동화할지, 소각할지 주주들에게 물어보고 진행하겠다"라며 "유동화를 한다면 3년 동안 매각하지 않도록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차입금 상환 ▲신규 사업 자금 출자 ▲인수합병(M&A) 추진 등에 자사주를 일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해서 밝혀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