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후 더 강해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랠리…전방은 이미 AI 패권경쟁 돌입
입력 2025.10.13 07:00
    연휴 후 더 커진 기대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고점 재돌파
    오픈AI 필두로 갈수록 커져가는 빅테크 AI 투자 가속화 심화
    칩부터 전력·인프라 투자 전반까지…군비경쟁 방불케 한단 평
    당분간 수익성·피크아웃 우려 후순위…주가 오르는 게 대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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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추석 연휴로 국내 주식시장이 휴장하는 동안에도 인공지능(AI)과 같은 반도체 전방 산업은 숨 쉴 틈 없이 새로운 뉴스를 쏟아냈다. 연휴를 거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휴 직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나란히 연고점을 경신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협력을 비롯해 향후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양사 지원 의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덕으로 풀이됐다. 양사도 오픈AI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픈AI는 방한 직전 대만을 비공개 방문해 현지 TSMC·폭스콘과도 협력 논의를 가졌다. 오픈AI가 중장기 고객 수요를 충족하려면 수백만 단위 가속기(GPU)와 이를 수용할 에너지, 열관리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주요 파트너사와 생산능력(Capacity) 및 조달 구조를 점검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공급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자연히 시장은 빅테크들의 AI 주도권 확보 전략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연구원들도 적극적으로 시각을 교정 중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오픈AI가 방한한 것은 전방 빅테크들의 AI 경쟁 구조가 바뀐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에 불과하다"라며 "고객사들의 투자 기조가 바뀌었으니 메모리 사이클도 처음부터 새로 재정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반기 들어 빅 테크들의 설비투자(CAPEX)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메타가 AI 데이터센터에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씨티증권은 올해 반도체 산업의 총 매출액이 작년보다 16% 이상 늘어난 7310억달러(원화 약 1038조원)로 집계될 것이라고 전망치를 수정했다. 이 같은 분석이 등장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랠리에도 계속해서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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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계 IB 한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산업의 전체 규모가 작년보다 많게는 20%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단순히 전체매출규모(TAM)가 늘어나는 걸 넘어서 가격이 올라도 사재기를 하겠다는 고객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경쟁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AI 경쟁은 '누가 더 빨리 많은 칩을 확보하느냐'로 요약돼왔다. 경쟁사보다 빨리 더 많은 칩을 확보해 컴퓨팅 규모를 키워내는 게 기본 룰처럼 받아들여진 것이다. 자연히 그만한 돈을 투입해서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느냐가 늘 피크아웃 논쟁을 불러왔다. 

      그러나 이달 들어 피크아웃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빅테크들의 경쟁 구도가 국가간 패권경쟁과 비슷한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는 판단이 부상하면서다. 더 좋은 AI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 전력 에너지, 인재까지 종합 전술을 써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한동안 투자효율이나 수익성을 떠나 군비 경쟁과 같은 양상이 이어질 거란 판단이 늘어난 셈이다. 

      빅테크들이 AI에 쏟아붓는 자금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대목도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간 빅테크들은 자체 현금흐름(FCF) 내에서 CAPEX를 집행하다가, 기존에 축적한 현금성 자산을 꺼내 쓰는 식으로 판을 키워왔다. 올 들어 투자 속도가 더 가팔라지니 이제 부채나 지분을 활용하는 흐름이 늘어나는 중이다. 최근 오픈AI는 물론 엔비디아가 코어위브 등 신규 사업자들과 AI 데이터센터 착공에 앞서 지분 중심의 협약을 늘려가는 장면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진다. 

      뒤집어 보면 당분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핵심 인프라 공급사들의 수익성 문제는 큰 의미가 없게 된 형국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전방 고객사들의 경쟁이 격화하는 동안에 양사는 어느 정도 수익성을 목표로 하느냐 정도 문제가 남을 뿐, 수익성이 늘어난다는 전제엔 변함이 없게 된 상황으로도 풀이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연휴 이후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공급사들을 넘어서 차라리 전력 인프라 기업에 언제 투자할까 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전방 변화가 긴박하다"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른다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 됐고, 그 이상 주가가 오를 곳을 찾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