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ETF 수익률 최대 70%…양자컴·휴머노이드 강세
미국발 AI 랠리·정책 모멘텀 맞물려 테마형 자금 유입세 확산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반도체발(發) 증시 랠리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AI·반도체 테마 ETF의 수익률이 최대 70%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개인투자자 중심의 자금 유입세가 뚜렷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AI·반도체·휴머노이드 등 첨단산업 테마가 ETF 시장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수익률 상위 10개 ETF 중 8개가 AI·반도체 관련 상품이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이 74.86%로 가장 높았고, 한화자산운용의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58.2%), 키움자산운용의 'KIWOOM 미국양자컴퓨팅'(43.9%)이 뒤를 이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보다 최대 20배 빠른 연산이 가능해 AI 산업 고도화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연산 효율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기반으로 AI 산업 전반에 확장성이 크며, 대표적인 AI 테마로 분류된다.
'피지컬 AI(Physical AI)'로 불리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테마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휴머노이드로봇'은 상장 이후 수익률 50%를 넘기며 순자산 1500억원을 돌파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은 상장 4개월 만에 순자산 3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테마 강세의 배경에는 AI산업 발전과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가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기업 오픈AI와 월간 최대 90만장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
오픈AI는 700조원 규모의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으로, 수 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수십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급 연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HBM을 비롯한 반도체 전방산업 성장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도 AI 랠리를 재점화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8일(현지시간) S&P 500과 나스닥 지수가 장중·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AI 반도체 대표주 엔비디아가 2.2% 상승하며 최고가를 새로 썼고, 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도 동반 상승했다.
글로벌 랠리는 국내 시장으로 이어졌다. 연휴 다음날인 10일 코스피는 오전 장중 3617.86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9만3000원, SK하이닉스는 42만원을 돌파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ETF 시장에서도 'AI·반도체 랠리'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세가 이어졌다. 10일 기준 전체 순자산총액은 250조원을 돌파해 지난해 1월(약 171조원)보다 80조원 이상 증가했다. 증시 활황과 함께 AI·반도체·휴머노이드 등 신성장 테마가 글로벌 자금의 주요 투자 통로로 부상한 결과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기조와 AI 등 첨단산업 투자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지수 추종형 ETF와 함께 AI 중심의 테마형 상품의 인기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다만 매크로 불확실성은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가능성과 원·달러 환율 급등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10일 장중 환율은 1420원을 돌파했다.
또 일부에서는 AI·로봇 산업이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라는 점을 들어 단기 과열을 경계한다. 휴머노이드 관련 기업 상당수가 실적보다 기대감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단기 차익 실현이 이어질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셧다운 리스크나 실물경기 둔화가 단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상방 추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AI 모멘텀과 실적 시즌, 정책 기대감이 맞물리며 ETF 시장이 첨단 산업 테마를 중심으로 또 한 차례 자금 유입 국면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시적 조정이 있더라도 AI·휴머노이드·반도체로 이어지는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