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긴 어려운' 네이버-두나무 빅딜…대응 두고 장고 중인 미래에셋·카카오
입력 2025.10.13 07:00
    양사 주주 대응 고심중…교환비율 따라 득실 갈려
    카카오, 주매청 행사도 가능…경쟁사 탄생은 경계
    네파 2대주주 미래에셋은 지분가치 희석 우려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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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앞두고 양사 주요 주주들이 분주하게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빅딜'을 준비해온 만큼 이미 주주들과 사전 교감이 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주주 모두가 만족한 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측 거래는 서로 규모가 다른 두 비상장사의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인 만큼, 교환 비율에 따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교환비율에 따라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 100% 자회사가 되고, 기존 주주들은 차익 실현과 신주 수령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카카오처럼 지분을 '팔아도' 이득, 경쟁사의 주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아쉬울 것 없는' 위치의 주주도 이지만, 미래에셋금융그룹처럼 양사 합병에 따라 지분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높아 아쉬운 주주도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 측은 아직 확정된 주식 교환 비율을 발표하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의 기업가치 비율은 1대 3 혹은 1대 4다. 네이버파이낸셜 기업가치를 약 5조원, 두나무 기업가치를 약 15조원으로 추산하면 기업가치가 1대 3 수준이다. 

      일부 증권사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약 12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를 3조~5조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은 두나무가 1조1900억원, 네이버파이낸셜이 1035억원이다.

      두나무의 주요 주주는 우리기술투자(7.20%), 한화투자증권(5.94%),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59%) 등이다. 이들과 함께 앵커프라이빗에쿼티(PE) 등 그 외 주주들도 지분 처리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들은 주식매매청구권을 행사하거나 네이버파이낸셜의 신주를 수령하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한화투자증권 등 투자자들은 투자 당시보다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진 만큼 차익 실현을 고려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2021년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583억원에 두나무 주식을 매입했다. 현재 거론되는 두나무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투자금 대비 10배 이상으로 불어난 셈이다. 두나무의 미국 나스닥 상장 계획 가시화가 지연된 가운데 이번 기회에 엑시트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카카오페이 등의 ‘대형 경쟁사’가 탄생하는 카카오는 셈법이 복잡하다. 카카오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벤처스를 통해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도 규모는 작지만 다수의 펀드를 통해 지분을 갖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조만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을 확정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출석 주주의 3분의 2(의결권 기준)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양사 모두 외부 투자자로 1/3 이상의 주주를 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 주주가 합병을 '막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전사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니 이번 기회에 비싸게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손해 볼 일은 아니다”라며 “다만 사업적으로는 카카오페이 등 금융 계열이 경쟁사라 대형 경쟁사가 생기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고, 꼭 지금 팔아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카카오가 지분을 매각하고 나가주는 것을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측 주주들은 상황이 좀 더 단순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70%, 미래에셋그룹이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은 합병 과정에서 지분 희석 효과로 주요 주주 지위를 잃을 수 있다. 빅딜인 만큼 네이버 등 양사는 주요 주주들과 사전 교감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되는데, 미래에셋 측이 우려를 나타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네이버–두나무 빅딜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여러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향후 네이버파이낸셜과 모회사 네이버가 합병할 수 있다는 추측,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 등이 나온다. 송 회장 입장에서도 현금성 자산이 두둑한 두나무를 네이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데는 전략적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추후 합병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네이버의 현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9.33%)은 교환 비율이 두나무에 유리할 경우 추후 네이버에 대한 지분율이 소폭 낮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측이 네이버 지분가치 희석을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넥슨 사례처럼, 네이버가 이후 주요 외부 인사를 통한 통해 쇄신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故) 김정주 NXC 회장은 2008년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을 인수했는데, 이후 창업자 허민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해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내부 '물갈이'에 나서며 쇄신을 꾀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경영 방향에 대해 시장과 원활히 소통하는 편은 아니어서 이번 빅딜 역시 구체적 설명이 부족하다”며 “다만 네이버 내부에서도 쇄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고, AI 전환을 강조하면서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거래를 계기로 큰 변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