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5천억 희망하는 케이조선…증자·차입금 더하면 실질 부담은 2조?
입력 2025.10.13 07:00
    중견 조선사 치고는 부담되는 덩치
    대형 조선사 여전히 관심 적단 평가
    조선업 훈풍 타고 매각될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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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중견 조선사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다. 조선업 호황기와 맞물리며 흥행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인수자가 실제로 떠안아야 할 부담은 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이 호황을 맞이했단 점과 케이조선이 군함 MRO(유지·보수·정비) 기지로 활용이 가능하단 점이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거론지만, 자금 부담은 변수로 지목된다. 

      케이조선은 최근 주요 원매자들에게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매각 대상은 유암코-KHI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99.58%이며, 삼일PwC가 매각 주관을 맡았다. 

      매각 측은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중견 조선사와 중공업 기반 대기업,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방산업체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암코 컨소시엄이 희망하는 케이조선의 매각가는 약 5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인수자가 실제로 짊어져야 할 부담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암코 측은 케이조선에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 매출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 운전자본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라 자금 수혈이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케이조선은 이미 약 2000억원의 자산유동화(ABL) 대출과 약 1조원에 달하는 조선업 선수금 환급보증(RG) 등 선박금융 차입금이 있다. 인수자는 대주단의 요구에 따라 이들 금융부채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RG는 조선소가 정해진 기간 안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때 선주사의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매각가 5000억원에 유상증자 2000억원, 기존 차입금 약 1조2000억원을 더하면 2조원 안팎의 자금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중견조선사 치고는 부담되는 덩치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케이조선의 몸값을 대한조선과 비교하는 것이 적합하단 목소리가 많지만, 당장의 실적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매출 1조746억원, 영업이익 15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영업이익률은 14.7%를 기록했다. 후판과 각종 기자재를 싸게 조달하고 선가를 올려 받은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조선은 작년 매출 93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대로 흑자 전환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대한조선이 영업이익률을 이렇게까지 끌어올린 데에는 여러 이야기가 오르내리나, 김광호 회장이 직접 중동이나 그리스 선주사 만나 계약을 체결하며 선가를 높게 받아낸 점도 크게 작용했다"며 "케이조선은 지난해 막 실적이 턴어라운드 된 곳으로 아직 매출 구조에 있어 불안정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대형 조선사들은 여전히 케이조선 인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돌아올 벌크선·탱커 교체 사이클에서 수익을 내려면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등 해외 조선소를 활용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케이조선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MRO 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대형사들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인수할 경우 사실상 마스가 펀드를 책임지는 주체로 비칠 수 있어, 정치·외교적 리스크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조선은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등 중소형 상선 위주로 건조한다. 케이조선은 과거 STX조선해양 시절 세계 4위권 조선사였지만 금융위기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져 무너졌다. 이후 2021년 KHI·유암코가 2500억원에 인수했다. 회사는 미 해군 MRO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MSRA(함정정비협약) 취득도 준비하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케이조선은 기자재를 만드는 곳도 아니고 완성품을 제작하는 조선사이다 보니, 관심이 있는 원매자들이 있을 것"이라며 "호황기를 타고 매각될지 관심"이라고 했다. 

      유암코 관계자는 "운전자금 부담으로 유상증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희망 매각가나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구체적인 금액을 명확히 제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