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주주명부 폐쇄 후 임시주총 예정
농협생명·롯데손보는 신규 사외이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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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사외이사 선임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7월 구윤철 전 사외이사가 경제부총리로 부임하면서 해당 자리가 3개월 넘게 공석으로 남아있다. 책무구조도 도입에 맞춰 사외이사 확보에 전력을 다하는 업계 모습과 대조적이다.
삼성생명은 오는 10일을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로 설정했다.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다. 애초 폐쇄 기준일은 7월23일이었지만 사외이사 선임에 시간이 길어지자 기준일도 변경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 3월 삼성생명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지만, 6월 말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3개월 만에 자진 사임했다. 구 부총리의 사임 이후 삼성생명의 이사회는 홍원학 대표, 박준규 부사장, 이완삼 부사장 등 사내이사와 유일호·임채민·허경옥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이에 이사회 과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겠다는 내부 규범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내부 규범은 '이사는 3인 이상 9인 이하로 하며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하되 3인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삼성생명은 그간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임시주총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신임 사외이사는 후보군 안에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적합한 인물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본다. 작년 은행권을 시작으로 지난 7월부터 대형 보험사에도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서 경제 관료 출신을 찾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전언이다. 기재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낸 구 부총리만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삼성생명은 현재 40명 규모의 사외이사 풀을 관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 부총리를 영입하는데 상당히 공을 들였는데, 공석이 되면서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회계 이슈도 그렇고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할만한 영향력 있는 인물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보험사들이 새롭게 선임한 사외이사 대부분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전직 경제 관료 출신이었다. 한화손해보험은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현대해상은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 등을 거친 도효정 변호사를 영입했다. DB손보, 롯데손보, 흥국화재 등도 각각 금융위, 기재부, 금감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들였다.
이런 가운데 농협생명은 최근 김병수 전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4인 체제에서 5인 체제로 사외이사를 한 명 증원한 것이다. 농협생명은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의 이행을 감독하기에 충분한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간 인력 영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최근 롯데손해보험의 사외이사로 있던 이창욱 전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을 수석전문위원으로 선임했다. 내부통제 및 자본 관리 등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롯데손보는 즉시 이호근 전 애큐온저축은행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 후보는 오는 31일 임시주총에서 선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