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실패가 전화위복?…관세 리스크에 롯데바이오 美 공장 재조명
입력 2025.10.14 07:00
    美 의약품 관세 리스크에 롯데바이오 재조명
    부지 70% 여유…공장 증설 다각도로 검토 중
    증설시 자금 소요…수주 통한 실적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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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정부가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다시 한번 유예하면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공장에 대한 평가가 재차 엇갈리고 있다. 앞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현지 공장을 보유한 점이 재조명되며, 관세 리스크에 의한 여파가 적을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상을 추진하며 의약품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있는 만큼, 회사가 수주를 확대하는 데 미국 공장을 보유한 이점이 크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있는 의약품 생산공장의 증설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전체 공장의 30%만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남은 70% 부지 내 증설을 통해 생산역량(캐파) 확장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 움직임이 있는 만큼 원료의약품(DS), 완제의약품(DP)을 포함하는 역량 추가를 고려하고 있다"라며 "내년 상반기 중장기적인 전략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공장 증설을 검토하려는 이유는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처럼 자사 제품을 미국에 판매하는 기업들은 미국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데 분주했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역시 고객사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 간접적으로 관세 부과의 여파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일찍이 현지 공장을 인수한 덕에 관세 리스크를 던 상황이다. 이 공장은 수주 계약 체결이 부진해 일각에서 인수 실패 사례로도 해석됐던 만큼,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헬스케어 인수합병(M&A)업계 관계자는 "3년 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공장 인수는 롯데그룹의 무리한 투자 사례로 거론됐었다"며 "지금 와선 그나마 관세 리스크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 놓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증설을 결정한다면 앞서 미국 공장에 투자한 수준과 비등한 규모의 자금을 쏟을 공산이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3년 전 글로벌 빅파마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로부터 이 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200억원)에 인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여기에 1억달러(약 1400억원)를 더해 차세대 의약품으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시설을 세웠다. 이곳에서는 임상시험에 쓰이거나 상업생산이 가능한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가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장기적으로 수천억원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롯데지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만큼 공장 증설 시 다시 한번 출자, 증자 등을 통한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지난 5일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미국 공장을 둘러보며 미국 공장의 확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에서 "고객사로부터 DS를 비롯한 다양한 문의가 이어진다"라며 "미국 공장 내 부지를 활용해 (고객사에) 엔드투엔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공장을 향한 평가는 계속 바뀌는 모습이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마련했다는 점은 관세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득이 되나, 생산 규모가 4만리터에 그쳐 대규모 수주를 체결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앞서 공장을 인수하며 BMS와 체결한 계약도 내년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해당 계약이 종료되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공장을 통해 진행하는 대규모 상업생산 물량은 부재하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8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공장에 비용만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미국 현지에 의약품 생산공장을 보유했다는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기업에 이점"이라면서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공장 캐파가 작고, 국내인 인천 송도 공장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고 있어 관세 리스크의 향방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