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대미(對美) 라인도 "어쩔 수가 없다"…트럼프 입만 바라보는 현대차
입력 2025.10.15 07:00
    BMW 5시리즈, 아우디 A6와 가격 같은 제네시스
    25% 관세 부과하면 벤츠 E클래스보다 비싸
    대미 라인도 손댈 수 없는 상황
    관세 부과에 따른 한 달 비용만 7000억원 이상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시장에서 25% 관세를 부과받는 완성차 브랜드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이미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하던 현대차그룹은 비상이 걸렸다.

      이미 제네시스(Genesis) 주력 모델인 G8의 기본트림은 렉서스(Lexus) 동급 모델(ES)과 비교해 1만5000달러(약 2000만원)가량 비싸고, BMW 5시리즈 및 아우디(AUDI) A6와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심지어 25% 관세를 차량 가격에 반영하지도 않은 수치인데, 현대차에 대한 고율 관세가 유지돼 판매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최고급 차량으로 손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를 넘어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현대차는 한국과 미국 자유무억협정(FTA)에 따라 지난해까지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다. 일본과 유럽 업체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핵심적인 요인도 이 때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며 분위기가 180도 반전했는데,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에서 관세율 15%가 거론됐을 당시만해도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미 정부가 관세 협상을 마친지 두 달이 지난 현재는 "15%만 되더라도 감지덕지"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호세무뇨스(Jose Munoz)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인베스터데이에서 "한국과 미국 양측 정부가 빠르게 협의를 이뤄서 올해와 내년을 계획할 수 있는 그림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관세가 15%가 되더라도 굉장히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화려한 대미(對美) 라인도 "어쩔 수가 없다"…트럼프 입만 바라보는 현대차 이미지 크게보기

      현재의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관세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전략을 보강한 대관 라인도 손 쓸 방도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성 김(Sung Y. Kim) 전 주한 미국대사에 사장직을 맡기고, 전략기획실 산하 조직이던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로 격상하는 등 북미지역 대관라인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관세 문제를 해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며 "정부가 직접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현재의 상황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그룹차원에서 자체적인 돌파구를 찾긴 쉽지 않은 상황. 정의선 회장은 강경화 주미대사가 임명된 당일, 강 대사와 회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과 강 대사가 나눈 이야기의 내용을 알려지지 않았으나 절박한 현대차그룹의 현재 상황을 비쳐볼 때 관세에 대한 대책 논의가 주된 내용이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25%의 관세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 매달 7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0~40% 이상 급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행(?)인 것은 관세 부과에 따른 향후 실적에 타격이 입을 것이란 전망과는 별개로, 지난달까지의 미국 판매 실적은 양호한 편이란 점이다. 미국법인의 9월 현지 판매량은 약 7만1300대로 전년 동기(6만2491대)와 대비 14%가량 증가했다. 

      물론 앞으로도 이 같은 판매 호조를 이어가기 위해선 관세의 불확실성이 걷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미국 정부가 차량 한 대당 7500달러(약 111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 상황인데, 향후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