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시스, SLL중앙 인수금융 만기연장 검토...회수 시한 도래했지만 IPO 지연
입력 2025.10.15 07:00
    상장 지연에 투자금 4000억 회수 시한 도래
    프랙시스, 인수금융 만기 앞두고 연장 준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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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앙미디어그룹 계열 콘텐츠 제작사 SLL중앙이 2021년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로부터 유치한 4000억원 규모 투자금 상환을 앞두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내년 3월까지 기업공개(IPO)를 마쳐야 하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프랙시스와 텐센트를 대체할 새 투자자 유치 역시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나오지 않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늦춰질 가능성에 대비해 프랙시스는 인수금융 만기 연장 등 대응 방안을 미리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는 2021년 SLL중앙 투자 당시 조달한 인수금융의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프랙시스는 만기 연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 금리와 조달 여건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LL중앙은 2021년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단계에서 프랙시스(3000억원)와 텐센트(1000억원)로부터 총 400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양측은 SLL중앙이 3년 내 기업공개(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최소 연 2.9%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받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계약상 두 차례(각 1년) 연장이 가능하도록 설정돼 있었으나, 현재는 두 차례 연장분을 모두 사용한 상태다. 

      내년 3월까지 IPO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재무적투자자(FI) 측이 이사회 구성을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랙시스는 당시 투자금 중 약 1300억원을, 5년 만기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해당 대출 만기도 투자계약과 동일하게 내년 3월 도래할 예정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프랙시스가 시장금리 등을 점검하며 연장 시 적용할 조건을 미리 세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LL중앙은 IPO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상장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미디어 콘텐츠 회사의 상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일정부분 사그라든 것이 변수로 꼽힌다. 2021년 투자 당시만 해도 드라마 제작 및 콘텐츠 기업들의 몸값 상승 기대가 반영됐지만, 이후 미디어 산업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된 까닭이다. 제작사 간 경쟁 격화와 불리한 수익 배분 구조 등도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 제작사에 대한 밸류에이션 시각도 한층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국내 1위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은 최근 1조3000억원 수준으로, 2020년 초 최고점(3조4000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중앙일보미디어그룹은 지난해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신규 투자 유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전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프랙시스가 투자에 나섰던 2021년 당시 SLL중앙의 기업가치는 약 1조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지난 몇년간 시장의 밸류에이션 시각이 다소 조정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3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SLL중앙은 올 상반기 59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앙미디어그룹은 다시 재무적투자자(FI)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측에서는 추가 만기 연장을 타진하고 있지만, 투자금 회수가 지연된 FI 입장에서는 보장수익률 상향 등 새로운 조건 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연 2.9%였던 기존 보장수익률을 일정 수준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양측이 투자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FI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과도한 조건으로 중앙 측을 압박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LL중앙의 투자유치 작업이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중앙 측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며 협상 돌파구를 마련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