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에도 삼성·교보생명 외엔 실적 미미
낮은 이해도·수수료 장벽…영업 유인도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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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청구신탁 사업이 출범 1년을 바라보는 가운데 시장의 반응은 기대보다 저조하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가 아직 낯선 데다 수수료 부담이 있어 신규 고객 유입이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보험 가입자가 많은 상위사의 독주로 이어지는 모습이지만, 이마저도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교보생명의 보험금청구권 신탁 가입액은 3370억원 규모다. 이들 회사를 제외한 다른 보험사의 실적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재산신탁 라이선스를 보유한 보험사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미래에셋생명·흥국생명 등 5곳이다. 이중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작년 11월 첫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출시했고, 한화생명은 지난 9월 관련 상품을 내놨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종신)보험 계약자가 신탁사에 보험금 관리를 맡기는 제도다. 계약자가 보험금 수령인과 수령 방식 등을 미리 설정하고, 보험사는 신탁이 활성화된 뒤 수수료를 받는다. 작년 11월 금융위원회가 사망보험금에 대한 청구신탁을 허용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이 잇달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앞으로 지급될 사망보험금이 900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여겨졌지만, 정작 고객들의 반응은 잠잠하다. 업계는 아직 신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데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 점이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탁은 고액 자산가들만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고객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며 "상품 취지나 장점 등을 설명해도 후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입을 포기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보통의 인식과 달리 고액 자산가가 아니라도 가입할 수 있고, 수수료는 신탁 활성화 이후부터만 부과된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보험금이 3000만원 이상일 때 가입할 수 있다. 수수료는 신탁이 활성화된 뒤부터 납입하는데 요율은 통상 연 1%대다.
결국 기존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생명이 독주하는 모습이다. 상반기 말 기준 삼성생명의 보험금청구권 신탁 누적 계약 건수는 780건으로 가입액은 2570억원이다. 교보생명이 뒤를 잇고 있지만, 계약 규모는 554건·800억원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최근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한화생명을 비롯해 ABL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들도 하나 둘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업계는 이같은 흐름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 영업이 어려운 게 한계다. 신탁 상품은 신탁투자권유대행인 등 일정 자격이 있는 설계사만 판매할 수 있다.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타 보험에 비해 수익성이 크지 않다 보니 인센티브가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 자격 취득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GA 등 외부 설계사까지 관리가 어렵다 보니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기가 어렵다"며 "회사로서도 신탁으로 당장 버는 돈이 별로 없으니 높은 수수료를 내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