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모' 구하기 나선 삼성카드…김이태 사장 중심으로 계열사 CEO 모일까 '관건'
입력 2025.10.15 14:04
    취재노트
    삼성금융 통합앱 ‘모니모’ 살리기 배수진
    계열사 디지털 전략 통합의 시험대
    자칫 다른 계열사들 삼성카드 들러리 설수도
    디지털 통합 넘어 삼성금융 문화 바꿀지도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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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카드가 삼성금융 통합앱인 ‘모니모(Monimo)’ 구하기에 나섰다. 자체 앱을 없애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통합앱을 살리려는 전략이다. 

      관건은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이 주도하는 이 ‘모니모 드라이브’에 다른 계열사들도 얼마나 동참할 것인가다. 이미 모니모와 서비스 연동은 되어 있지만, ‘독자 앱 폐기’라는 결단까지 내릴지는 별개의 문제다. 당장 삼성카드 고객들의 불만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숙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추석 연휴 기간 고객 공지를 통해 “삼성카드 앱은 새로운 모니모 출시 이후 종료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새 버전 모니모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며, 이후 고객들은 모든 삼성카드 서비스를 모니모를 통해 이용해야 한다. 삼성카드 포인트 등은 기존과 동일하게 전환된다.

      삼성카드는 2022년 3월 모니모 출시 초기부터 주관사 역할을 맡아 왔지만, 그간은 자사 앱을 병행 운영해왔다. 이번 결정은 사실상 ‘통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전면전’에 가깝다는 평가다.

      삼성금융이 그동안 ‘각자도생’ 체제로 운영되면서 통합 시너지가 미미하다는 지적은 꾸준했다. 실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모니모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630만명으로, 토스(1997만명)·카카오뱅크(1941만명)·KB스타뱅킹(1408만명)·신한SOL(990만명)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심지어 삼성카드 앱 자체 이용자 수(710만명)가 모니모보다 많다.

      금융지주들은 은행앱 중심으로 통합전략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지만, 삼성금융은 앱 통합의 중심축이 모호했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의 앱 통합 결정은 “통합 체계의 느슨함을 끊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김이태 사장이 그룹 디지털 전략의 선봉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삼성전자 전략그룹장을 거친 인물로, ‘그룹 출신’이자 정책적 조율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단독 결단이라기보다, 그룹 차원의 디지털 통합 전략 방향을 대리 실행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 임원은 “삼성금융에서 디지털은 단순한 앱 통합이 아니라 미래 사업의 중심축”이라며 “김 사장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 그룹의 의중이 반영된 신호탄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니모는 당초 ‘금융경쟁력TF’ 주도 사업으로 출발했다. 각 계열사가 출자하고, TF가 통합 방향성을 조율했지만 실질적인 실행력은 부족했다. 이번 삼성카드의 앱 폐지는 TF 중심 체제에서 ‘카드 주도 통합체제’로 전환된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다른 계열사들에 ‘들러리’ 인식을 줄 가능성도 있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은 여전히 자사 앱을 중심으로 한 고객 관리 체계를 유지 중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통합이 확대될수록, 성과가 삼성카드에 집중될 수 있다는 부담이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니모가 향후 1000만 이용자를 돌파하더라도, 그 공이 삼성카드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통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용자 기반이 더 큰 삼성카드 앱을 없애는 결정은 고객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금융지주들이 통합앱을 내놓더라도 카드앱은 별도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삼성카드의 선택은 편의성 희생을 감수하고 ‘규모의 통합’을 택한 실험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고객 불만이 확산될 경우, 다른 계열사들의 참여 유인도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카드앱에는 결제, 포인트, 간편결제(Pay) 등 충성도가 높은 서비스가 집중돼 있어, 모니모 통합에 따른 불편이 클 경우 고객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디지털 전략 전문가는 “토스만 보더라도 통합앱 내에서 증권·투자 서비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모니모가 통합앱으로서 진화하지 못하면 오히려 ‘카드앱 2.0’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카드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앱 통합이 아니라, 삼성금융 전체의 디지털 거버넌스 재편 실험으로 평가된다. 금융계열사 간 이해관계, 그룹 디지털 전략의 방향, 고객 수용성 등 복합 변수가 얽혀 있다. 

      삼성카드의 배수진이 모니모의 부활로 이어질지, 혹은 ‘카드 중심 통합’으로 한정될지가 단순히 디지털 통합을 넘어 그간 삼성금융의 '각자도생' 문화까지 바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