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국,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 속도전
네이버-두나무 결합 움직임에 상용화 기대감 커져
국내 발행 법적 근거 부재…국회 계류 안건만 6건
"가치안정형 결제수단…특금법 예외조항 필요해"
-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상용화 기대감이 커졌지만 법적 근거는 여전히 미비하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중 세부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한 기술검증은 끝났다"며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길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결제수단으로 편입시키는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틀을 마련한 지니어스법(GENIUS)에 서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같은 가치의 달러나 미국 단기채를 담보로 하도록 명문화했다. 준비금 100% 보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원의 발행 라이선스 등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시장 신뢰를 높였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2023년 가상자산 규정인 미카(MiCA)에 따라 디지털 자산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체계를 선도했다. 유럽 대형은행들은 미카에 부합하는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도 2023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은행·신탁회사 등 허가된 기관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국들이 제도권 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다루기 시작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된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전략적 결합을 계기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한층 커졌다. 시장에서는 두나무가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인 ‘기와’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네이버페이 결제망을 통해 유통하는 방식을 거론되고 있다.
이 구조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를 둔 써클(Circle)과 코인베이스(Coinbase)의 파트너십과 유사하다. 써클은 USDC를 발행하고,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상장·유통을 담당한다. 네이버페이가 국내 1위 간편결제사인 만큼 시장 점유율을 활용해 국내에서도 유사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실물경제 전반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연간 1000조원을 수출하고 900조원을 수입하는 나라”라며 “수출·환전·신용카드 등 3대 수수료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이 모든 결제·정산 과정이 하나로 통합돼 수수료 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법적 근거는 아직 부재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안도걸 의원)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발행업 등에 관한 법률안(김현정 의원) ▲디지털자산 육성 기본법안(최보윤 의원) ▲디지털자산기본법안(민병덕 의원) ▲디지털자산통합법안(김재섭 의원) ▲디지털자산시장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법률안(이강일 의원) 등 6건의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대부분의 법안이 스테이블코인을 가상자산과 별도로 관리해야 할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으로 분류했다. 또 지급결제 안정성을 핵심 과제로 삼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터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개화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한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적용을 일부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코인을 거래하거나 지원할 수 없는데, 이 조항 탓에 두나무가 직접 발행 주체로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가치안정형 결제수단이기 때문에 일반 가상자산과 동일선상에서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특금법 예외조항이 포함돼야 제도권 내 유통 구조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관심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가상자산법 입법 과제에 포함시켰다. 이르면 이달 내 세부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기능적 중복 문제, 예치금 100% 보전 의무, 발행 주체의 자본요건 등 세부 규율을 두고 의견을 맞추는 단계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일단락됐고, 새 정부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공약한 만큼 연내 입법 가능성이 높다”며 “기술적 준비는 이미 끝난 상태라 법제화만 이뤄진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즉시 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